서울시가 준공업지에 아파트 건설을 불허해왔던 기존 입장을 바꿔 영등포구 양평동의 준공업지에 대해 조건부 재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총 27.9㎢(844만여평)에 달하는 준공업지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30일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준공업지의 일정 면적에 아파트형 공장 등 산업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 방식으로 공동주택 재개발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양평동 준공업지 내 3개 재개발 구역 추진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는 그동안 해당 준공업지의 전체 면적 중 공장 비율이 30% 이상인 ‘공업기능 우세지구’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아예 지을 수 없도록 도시계획조례로 막아왔다. 또 공장 비율이 10~30%뿐이라도 사업부지 내에 공장 비율이 50% 이상이면 공동주택 건축이 불허됐다. 그러나 시의 이번 조건부 재개발 허용 방침이 당장 모든 준공업지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준공업지면서 이미 재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돼 있는 양평동 등 일부 구역에만 해당된다는 뜻이다. 양평동 준공업지 내 11~13 재개발구역은 서울시가 지난 2004년 ‘재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재개발 가능 지역으로 지정한 뒤 추진위 설립과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곳이다. 그런데도 관련 조례에 따라 재개발이 원천적으로 불허되자 해당 주민들은 “시가 재개발을 허용해놓고 이제 와서 못하게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따라서 공업기능 우세지구의 경우 도시환경정비사업 방식의 조건부 재개발을 허용하되 양평동 11~13구역처럼 서울시의 재개발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는 곳으로만 한정할 가능성이 높다. 즉 양평동처럼 서울시 조례의 충돌로 불이익을 받게 된 곳을 ‘구제’해주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조건에 해당되는 서울시내 재개발구역은 7~9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이번 양평동 사례를 일종의 ‘이정표’로 삼아 조례 개정에 참고할 것”이라고 말해 준공업지 재개발사업이 대거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않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가능해지더라도 해당 재개발 추진위가 이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체 사업부지의 20~30%를 아파트형 공장으로 짓게 되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의 한 관계자는 “첨단 아파트형 공장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적지않은 공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파트형 공장의 분양에 실패할 경우 결국 재개발조합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사업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환경정비사업=주로 도심ㆍ부도심에 자리한 대로변의 상업ㆍ공업지역에서 도시기능 회복과 상권활성화 등을 목표로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의 일종이다. 일반 재개발사업이 노후 주거지의 대부분을 공동주택으로 짓는 것과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상가ㆍ오피스텔ㆍ주상복합 등을 세운다. 현재 세운상가 4구역이 이 방식으로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준공업지역=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경공업 위주로 주거ㆍ상업ㆍ업무기능이 보완되는 공업지역이다. 서울의 경우 영등포ㆍ구로ㆍ금천ㆍ성동구 등에 폭넓게 분포해 있으며 지금은 공업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채 슬럼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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