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파는 독과점 상태의 국영기업 민영화, 민간자본의 통신ㆍ은행 등 기간산업 진출 허용을 통해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 원 총리와 리커창 부총리 주도로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작성한 중국 장기 경제발전 전략 보고서인 '중국 2030'의 골자는 국영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금융ㆍ자본시장 개방 등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보수파는 개혁파가 반독점과 시장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에서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것은 원 총리가 국영기업을 축소 및 해체하고 자본주의식 민영경제를 발전시킨 탓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보수파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은 왕리쥔 사건으로 실각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중국 사회주의 경제노선에 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보 전 서기는 충칭시에서 활발한 외자유치 등을 통한 민영경제 활성화에 나서면서도 국영기업을 통한 저가주택 건설, 농민공 등 어려운 국민에 대한 과감한 사회복지 개혁 등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며 인기를 한몸에 누렸다.
보시라이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원 총리 주도의 개혁파와 보수파 간 극명한 이견이 노출된 것도 정권투쟁뿐 아니라 이 같은 성장방식 논쟁이 기저에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원 총리 주도의 개혁파는 보시라이 사건이 개혁ㆍ개방을 선언한 당 11기 3중 전회의 정치노선을 부정했다고 지적하며 보시라이의 '마오쩌둥 가요 부르기와 조폭척결'을 문화혁명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보수파는 보시라이 사건을 정치노선 투쟁의 산물로 보지 않고 개인적 문제로 한정했다. 일단 중국 최고지도부는 18차 당대표대회를 앞두고 보시라이 사건을 사법부 심판대까지 가지 않고 당 규율 위반 차원에서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것 같지만 경제발전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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