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고등학생.대학생들은 지난달에 이어 지난주에도 수십만명을 동원한 대규모 반 CPE 시위를 벌였고 1968년 학생 봉기의 중심지였던 소르본대에서는 연좌 농성이 이어졌다. 소르본대 농성은 11일 새벽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끝나긴 했지만 학생들과 노동계는 CPE를 철회하지 않으면 저항을 지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국의 40개에 가까운 대학이 부분 또는 완전 휴업 상태에 있고 일부에서는 시위파와 학업파 학생들간에 알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팽 총리는 12일 TV에 나와 이미 의회에서 통과된 CPE를 계획대로 강행했다고밝히고 대신 청년 근로자들을 위한 보완책을 노동계와 논의하겠다는 유화책을 내놨다. 그러나 CPE의 최대 피해자라고 스스로 여기는 학생들은 빌팽 총리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CPE가 철회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학생 조직인 UNEF의 브뤼노 쥘리아르 대표는 "우리는 거리에서 말하겠다. 물 한컵으로 숲 불을 끌 수는 없다. 빌팽 총리는 이미 약화됐다"며 고등학생들과 이미 졸업한 청년들에게 시위 적극 동참을 촉구했다. 13일 오후에는 유서깊은 엘리트 교육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고등학생과대학생 수백명이 교내로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학생과 경찰 사이에 돌과 최루탄이 오갔고 수십명의 학생들이 한때 교내로 진입했다 경찰에 의해 밀려났다. 학생들은 또 무기한 폐쇄된 소르본 대학의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CPE법에 서명하지 말라는요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언론은 이념 색채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좌파지인 리베라시옹은 "빌팽 총리가 큰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우파지 르 피가로는 "변화를 원하지 않고 현상 유지만을 바라는 시위 참가자들이야말로진짜 보수적이다"라고 비꼬았다. ◇ 빌팽 총리 대권 야망 좌절되나
로이터 통신은 과거 프랑스 학생 시위가 몇몇 보수주의 정치가들의 야망을 무력화시킨 경우들을 예로 들면서 빌팽 총리가 같은 운명을 맞을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샤를 드 골 대통령의 몰락을 예고했던 1968년 학생 봉기의 중심지였던 소르본대에서 점거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1986년에도 보수 내각의 대학 개혁 시도가 학생 시위로 실패하면서 당시 알랭드바케 교육장관이 물러난 적이 있다. 당시 총리였던 자크 시라크는 1988년 대선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2003년에는 뤽 페리 교육장관이 대학 재정자율화 계획을 추진하다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그는 나중에 개각에서 경질됐다. 빌팽 총리는 CPE 강행을 통해 국가적인 문제인 고질적인 청년 실업을 해소, 2007년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한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빌팽 총리가 학생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질 경우 그는 여당내 라이벌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게 뒤쳐질 것이고 이는 결국 사회당에 이롭게 작용할 것이라고 정치 평론가들은 내다봤다. 그가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그에게 등을 돌린 여론이 2007년 대선에서 표로 복수할 것이기 때문에 빌팽 총리는 이래저래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나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