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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300km를… 상상초월 고통에 떨었다

[이슈 인사이드] 하루 200~300km 오가다보면 몸도 마음도 녹 다운<br>이동시간만 최대 4시간… 장거리 출퇴근족의 비애

이사 업체 직원들이 지난달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토해양부의 행정자료들을 이송차량에 싣고 있다. 정부과천청사에 있던 부처들이 최근 세종시 이주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세종청사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 및 수도권 기존 거주지에 머무르고 있어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 및 비용이 상당하다. /서울경제 DB




하루 200~300km를… 상상초월 고통에 떨었다
[이슈 인사이드] 하루 200~300km 오가다보면 몸도 마음도 녹 다운이동시간만 최대 4시간… 장거리 출퇴근족의 비애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이사 업체 직원들이 지난달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토해양부의 행정자료들을 이송차량에 싣고 있다. 정부과천청사에 있던 부처들이 최근 세종시 이주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세종청사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 및 수도권 기존 거주지에 머무르고 있어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 및 비용이 상당하다. /서울경제 DB
























찬바람 부는 취업시장 따라 멀어도 고생길 감수자가용 출퇴근자는 대중교통비의 4~5배 더 들어"퇴근 후 술 한잔 꿈도 못 꿔" 삶마저 피폐해져광역교통망 확충 등으로 경제적 부담 덜어줘야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 허모 사무관의 하루는 새벽 5시가 되기도 전에 시작된다. 경기 일산에 사는 그는 늦어도 오전 5시 30분에는 집을 나서야 백석역에서 세종시로 출발하는 6시 10분 통근버스를 탈 수 있다. 청사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8시20분으로 출근에만 꼬박 2시간 50분이 걸린다. 그가 하루 이동하는 거리는 자그마치 왕복 300km지만 그는 당분간 세종시에 정착할 생각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지금 다니는 학교를 워낙 좋아해 억지로 전학시키고 싶지 않다. 몸이 다소 힘들긴 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참아야지"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의 선택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지난 1개월 동안 농림수산식품부ㆍ국토해양부ㆍ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들의 본격적인 세종청사시대가 잇따라 열리면서 하루 200~300km를 오가는 장거리 출퇴근족이 대거 탄생했다. 올 연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가야 하는 공무원은 5,498명이지만 이중 2,000여명은 기존 거주지에서 출퇴근 하는 길을 선택했다. 당초 수요조사에서는 2,470명이 출퇴근을 하겠다고 답했지만 생각보다 더 고된 출퇴근길에 많이 줄었다.

근무지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공무원들만의 문제일까. 스스로 직장을 선택하는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하루 2~3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는 장거리 출퇴근족은 결코 적지 않다. 규모 역시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통근ㆍ통학에 하루 1시간 이상 소모하는 사람은 전국 433만명에 이른다. 2005년 328만6,000명에 비해 10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중 출퇴근 등에 2시간 이상 걸리는 초장거리 통근ㆍ통학자는 2010년 43만6,000명에 이른다. 2005년 30만2,000명에서 44.1%가 늘어났다.

출퇴근시간 등을 따져 입맛에 맞는 직장을 찾기에는 최근의 취업 시장이 많이 엄혹해진 탓이다.

경기 분당의 한 IT회사에 근무하는 신입사원 이 모씨의 출퇴근 시간도 도합 4시간에 이른다. 그의 집은 경기 김포지만 집과 가까운 곳에서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장 모씨도 최근 회사가 여의도에서 판교로 이전을 하면서 힘겨운 출퇴근을 시작했다. "집 근처의 직장으로 옮기고 싶지만 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 당분간 회사를 다니며 계속 다른 곳을 알아볼 계획"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말이 2~3시간이지 이런 장거리 출퇴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상당하다. 일례로 세종시까지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국비로 운영되는 통근버스 비용을 살펴보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및 수도권 15곳에서 세종시로 출발한 통근버스는 45인승 버스 총 49대였다. 통근버스 1대를 하루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45만원. 통근버스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만 하루 2,000여 만원, 한달 6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행안부는 세종시 신축아파트의 입주가 내년 3월부터 본격화된다는 점을 볼 때 내년 6월까지는 통근버스를 이대로 운영해야 하며 이후로도 급격하게 버스 수를 줄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버스 운영을 위해 편성된 내년 국비는 74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은 여러 지원을 받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본인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자가용으로 매일 경기 성남의 집과 인천 송도의 직장을 오가는 김 모씨는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별 수 없이 중고차를 구입했는데 차량유지비가 만만치 않다"며 "집과 직장이 가깝다면 한달 10만원이면 충분할 교통비가 4~5배는 더 든다"고 토로했다.

개인 체력과 감정의 소모는 더욱 심하다. 김포에서 분당으로 출근하는 이 모씨는 "15~2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제 시간에 못 타면 곧바로 지각이기에 출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택시비가 1만~2만원 나오는 거리라면 택시라도 타겠지만 기본이 4만~5만원이니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2시간 남짓 거리를 매일 왕복하는 직장인 김모씨 역시 "7시 30분 퇴근해서 곧바로 집에 와도 10시"라며 "평일에는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집에 와서도 TV 보는 것 외엔 아무 일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차량 운행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오염과 에너지 소모, 도시 혼잡 가중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불편에도 많은 이들은 직장 근처로의 이주를 포기한 채 장거리 출퇴근을 지속하는 이유는 뭘까. 일자리가 가까우면서도 교육ㆍ의료 인프라가 우수해 정주여건이 좋은 곳은 집값 등 거주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김포의 집과 강남의 직장을 오가는 김 모씨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값으로는 강남 전세도 못 들어간다"며 "내 몸 편하자고 세 식구가 원룸에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냐"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장거리 출퇴근족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도심부의 지가 상승과 인구 증가에 따른 스프롤(도시의 교외확대)현상은 어떤 대도시권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장거리 출퇴근족 개개인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윤장호 한국교통연구원 도시광역교통연구실장은 "30~40km의 거리는 1시간 가량이면 출퇴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수도권 교통혼잡과 일부 지역의 교통인프라 부족으로 시간 소모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할수록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의 부담을 광역교통망 확충 등으로 덜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람에 따라 생활비를 좀 더 내서라도 도보 출퇴근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저렴한 생활비로 너른 생활공간을 쓰는 대신 1~2시간의 시간을 소모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도록 해야지 경제적 빈곤이나 정부 정책에 의한 강제로 장거리 출퇴근에 내몰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세종시 정착 성공할까교육 인프라 구축 서두르지만 삶의 터전 안착까진 머나먼 산
충북 세종시는 애초 서울 및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나쁘다는 이유로 중앙부처 이전지로 선택됐다. 청사 이전이 서울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계획인 만큼 대전이나 공주처럼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경우 공무원들이 이주하지 않고 출퇴근해 그 효과를 누릴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국비로 매일 50여대씩 운영되고 있는 통근버스에 대해서도 반대가 많다. 정부 측은 "아직 세종시 조성이 완료되지 않았고 신축아파트 입주도 이전시기보다 늦어 당분간 버스 운영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주하라고 아파트까지 싸게 분양해줬는데 수억원을 들여 출퇴근하게 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시의 성패는 이전 기관 근무공무원의 세종시 정착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ㆍ질병관리본부ㆍ보건산업진흥원 등 6개 국책기관이 이전한 충북 오송 보건의료행정타운의 경우를 보자. 이전 2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이곳에 근무하는 약 2,500명의 공무원 중 10%가 넘는 320명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KTX 등 열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인구도 만만치 않다. 조치원역과 오송역을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과 청사를 오가는 공무원은 약 400~500명으로 추산된다. 인근 원룸 등에 홀로 머물다 주말이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공무원도 꽤 많다.

식약청 한 관계자는 "생활ㆍ의료인프라의 부족도 심각하지만 자녀들 학교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며 "초등학교가 부족해 내년부터는 2부제를 운영한다고 하고 믿을만한 입시학원도 많이 부족해 이곳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서울로 터전을 옮긴 경우도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물론 세종시는 사정이 좀 다를 수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이주공무원들을 위해 주거ㆍ교통ㆍ물가대책반을 운영하는 등 각종 생활불편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지원단을 꾸리는 한편 경쟁력 있는 특성화고나 자율형공립고 문을 여는 등 교육인프라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정주여건의 강화만으로 세종시 정착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장호 한국교통연구원 실장은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 등 공무활동에 필요한 모든 주요기관이 여전히 서울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앙부처의 공무원 집단은 끊임없이 서울로 호출될 것"이라며 "세종시가 서울 및 수도권 못지 않은 이주 메리트가 있냐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한 공무원 역시 당분간 출퇴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십 년간 살아온 내 삶의 터전을 직장 때문에 버리기도 싫고 배우자 역시 서울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 나 혼자만 좋자고 세종시로 내려갈 수 없지 않나"며 "피치 못한 사정으로 퇴직한다고 해도 수도권에 있는 경우가 새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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