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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9월 5일] 석유시장에 몰려온 먹구름
입력2008-09-04 17:53:25
수정
2008.09.04 17:53:25
얼마 전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언하던 이들의 목소리가 이제 상당히 잦아들었다. 지난 3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올 7월 최고가인 배럴당 145.29달러에서 24%나 하락해 배럴당 109.35달러에 거래됐다. 덕분에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전세계인들의 살림살이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이는 곧 국제유가 하락은 신용경색의 파급력이 그만큼 뿌리깊으며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또 다른 신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국제유가가 최고점을 찍기 오래 전부터 생산량을 최대치까지 늘린 상태였다. 석유매장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7월 생산량을 2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늘렸다.
그러나 이제 이란 등 강경파 OPEC 회원국들은 감산을 주장하고 있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미국 원유소비량은 하루 평균 80만배럴로 2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경제활동이 줄고 자동차도 덜 굴렸다는 뜻이다.
우울한 경제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원유 소비도 대폭 감소했다. 꾸준히 원유 소비가 증가해온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 국가에서도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 이들 국가의 정부가 차례로 고유가의 방어막이었던 보조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석유나 휘발유 재고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선물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앞으로 원유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재 OPEC 국가들이 새 유전 개발 등에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근거가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때문에 국제유가 하락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도 보다 쉬워지게 됐다. 조만간 통화정책 운용이 보다 자유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둔화의 심각성을 방증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소식도 알고 보면 나쁜 소식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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