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2명이 (미 본토로 송환되기 전)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비밀의 약물(secret serum)'을 투여받고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맵으로 불리는 이 약물은 원숭이 실험에서 효능이 입증됐으나 안전성 및 적합성 문제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다. 검증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한 셈인데 치료방법이 한계에 봉착했을 경우 임상약물 사용을 승인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정적 사용' 규칙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이 CNN에 전한 두 환자의 상태는 이례적인 약물을 투여해야 했을 만큼 긴박했다. 이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켄트 브랜틀리(33) 박사는 줄곧 낸시 라이트볼(60·여)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에볼라 감염 아흐레째인 지난달 31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내가 곧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의사에게 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먼저 치료를 받게 된 브랜틀리 박사는 지맵 투여 수시간 후 호흡 및 혈색을 되찾았고 다음날 오전에는 스스로 샤워를 할 만큼 건강이 회복됐다. 라이트볼 역시 브랜틀리만큼의 극적인 호전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다.
브랜틀리 박사는 최첨단 방역시설을 갖춘 민간 항공기를 타고 지난 2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도착해 에머리대학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라이트볼도 7일 미국에 도착해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지맵은 2003년 전염병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맵바이오제약(Mapp Biopharmaceutical)'이 개발했다. 담배와 쥐에서 추출한 항에볼라 항체가 섞인 이른바 '항체 칵테일'인 지맵의 생산은 담배회사인 레이놀즈아메리칸의 자회사 켄터키바이오프로세싱이 맡았다. 동물 임상실험 결과 에볼라에 노출된 직후의 원숭이에게 투여했을 경우 100%, 48시간 이내에서는 50%의 생존율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에볼라의 치사율은 60% 정도까지 떨어진 상태로 이번의 호전사례가 꼭 지맵 투여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희망적 소식과 별개로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주 61명이 추가로 발생해 3월 이후 이날 현재까지 887명으로 늘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전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됐던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을 넘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에서도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를 포함해 2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세계은행은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서아프리카 3국에 2억달러(약 2,066억원)의 긴급지원 자금을 편성했으며 아프리카개발은행(ADB)도 수일 내 6,000만달러 상당의 원조에 나설 것이라고 도널드 카베루카 ADB 총재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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