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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전기차 i8, 제너럴모터스(GM)의 '스파크' 전기차는 모두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BMW는 삼성SDI와, GM은 LG화학과 손을 잡고 있다.
하지만 두 제조사가 배터리의 공급처를 바꾸거나 추가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양사가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면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고 기 싸움을 펼치는 이유다.
우선 전기차 시장에선 LG화학이 좀 더 앞서 있다. LG화학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그룹의 2016년형 '스마트' 전기차에 배터리 셀을 장기 공급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스마트는 다임러그룹의 소형차 브랜드로, 매년 전세계에서 10만대 이상 팔리고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폭스바겐·GM·현대차·아우디·포드 등을 포함해 전세계 13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게 됐다.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1위를 차지했으며, AESC와 파나소닉, 삼성SDI가 차례로 뒤를 잇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포함한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일본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ESS 사업에서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6 등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전지의 매출이 전체 배터리 매출의 90% 가량을 차지할 만큼 소형 전지의 비중이 높다. 삼성SDI의 전세계 소형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약 27%로 1위이며, LG화학은 2위(19%)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소형, LG화학-중대형'으로 나눠진 경쟁 구도가 깨지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양사의 치열한 수주전과 기술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최근 폭스바겐·아우디, BMW, 포르쉐, 페라리 등으로 배터리 공급처를 늘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사업을 인수했다. 또 중국 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현재 중국 태양광업체와 ESS 합작사를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세계 3대 엔지니어링 업체인 스위스 ABB와는 ESS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이에 질세라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애플과 샤오미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SDI와 달리 공급처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크다. LG화학은 이뿐만 아니라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을 벗어나 전동공구·전기자전거 등 제3의 소형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내부적으로 "(전기차 시장에서)일등이라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세계 1위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내년까지 시장점유율 격차를 크게 늘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 역시 지난 1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 세계 최고의 배터리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지난해 약 17조원이었던 전세계 리튬이온 전지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4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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