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에도 때는 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결혼적령기는 몇 살이냐?"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남자는 몇 살, 여자는 몇 살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단정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결혼적령기를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로 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합니다. 과거 남성은 졸업-입대-취업, 여성은 졸업-취업 식으로 일정한 연령대에서 삶의 행로가 마치 통과의례처럼 착착 잘 진행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어디 그렇습니까? 취업하기 어렵고, 이직률 높고…, 이런 변수가 많아지면서 결혼의 기반을 잡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지요.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사회에서 결혼적령기에 관해 제가 할 수 있는 답변은 '결혼할 준비가 돼있는 때'입니다. 결혼의 혼돈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몇 살에 결혼하는 게 적당한지는 의미가 없어 보이네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정작 중요한 질문들은 안 합니다. 재혼적령기 말입니다. 이혼이나 사별로 이전 결혼을 끝내는 시기가 제 각각인데 재혼적령기가 어디에 있느냐고요? 재혼적령기는 연령이 아니라 싱글이 된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입니다. 독신이 된 후 일정 기간 안에 재혼을 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일러도 안 되고, 그렇다고 늦는 건 더욱 안 됩니다.
남편의 편집증에 시달리다가 이혼한 여성이 있습니다. 남편에게 하도 들볶이다 보니 남자라는 존재 자체에 질린 상태입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니까요. 이혼 후 처음 1, 2년은 남편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싱글 라이프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살았습니다. 그 후로 직장생활이 안정되고, 혼자 사는 것에도 익숙해지면서 여유가 생기더라는군요. 한 3년 정도 지나니 허전하기도 하고, 또 홀로 늙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남편과 살기 싫었을 뿐 재혼이 싫은 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신호가 왔다면 재혼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녀의 경우처럼 싱글이 된 후 3년 정도가 재혼 적령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남녀들이 이 시기에 재혼합니다. 그리고, 그녀도 얼마 후 재혼을 했습니다.
이혼 후 3년을 넘기지 마라
이 시기를 넘기면 재혼이 곤란해집니다. 싱글이 된 후 3년이 흐르면 혼자 사는데 도가 트이게 됩니다. 곁에 누가 있으면 불편해집니다. 섹스 파트너라면 몰라도, 정식으로 다시 결혼해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은 잘 안 생깁니다. 이성이 없으면 외롭고, 있으면 불편한 이 증상은 치료가 매우 어렵지요.
시기 만 아닙니다. 자녀 연령도 재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녀가 아주 어리면 서로를 받아들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학령기 자녀들은 예민하므로 부모의 재혼에 반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녀가 장성하면 재혼이 한결 수월해지지요. 재혼은 미혼처럼 홀가분한 상황이 아닌 탓에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싱글이 된 뒤 3년쯤 흐른 시점이 재혼의 적기라는 사실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첫 1년 동안 이전 결혼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음 1년은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 후에 재혼하는 일정입니다.
이혼자들이 흔히 하는 3가지 착각이 뭔지 아십니까? 이혼만 하면 배우자와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청산된다, 신나게 연애할 수 있다, 언제든 재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 틀렸습니다. 재혼은 미혼 때보다 100배, 1,000배 더 어렵습니다. 사랑에 빠지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고, 사람 보는 눈도 계산적으로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재혼을 하겠다면, 너무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합니다.
남녀본색
이혼한 남녀는 얼마나 지난 뒤 재혼할까. 그 기간은 남녀별로 차이가 있을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재혼 회원 중 분석 가능한 자료를 제공한 남성 356명, 여성 312명(총 668명)을 대상으로 이혼 후 재혼까지의 기간을 살폈다. 조사 결과, 남성은 이혼 후 재혼까지 50.9개월, 여성은 64.5개월이 걸렸다. 남성이 여성보다 이혼 후 재혼을 평균 13.6개월 더 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은 혼자 사는 데 불편을 느끼고, 힘들어 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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