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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화가 남경민(42)은 이 만찬장을 예수와 열두 제자의 식탁이 아닌, 미술사 거장들의 것으로 바꿔놓았다. 강남 신사동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걸린 신작 '화가들의 향연'에는 사람이 없는 대신, 화가를 상징하는 각기 다른 의자들이 놓여 있다. 맨 왼쪽은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 그 옆은 스페인 작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의자다. 그 옆으로 렘브란트, 얀 베르메르의 의자가 놓였고 전통 기법을 깨고 인상주의의 문을 연 에두아르 마네를 이어 폴 세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순이다. 각 의자는 해당 화가의 그림에 등장했었거나 화풍을 상징한다. 가령 고흐의 나무 의자와 그 앞에 놓인 해바라기는 실제 작품의 모습 그대로다. 왼쪽부터 출생 순으로 놓여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이어진다. 오른쪽 끝은 생존 작가인 영국의 데이비드 호크니가 차지했는데,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의자가 보인다. 한 폭의 그림에 르네상스 이후 미술사가 다 담겼다. 식탁 위에 놓인 소품들은 알레고리(allegoryㆍ우의)로 '존재의 이유'를 담고 있다. 남경민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거장 모두를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은 그림만이 가능한 일"이라며 "그들이 회화의 진실성에 대한 토론과 삶의 반추를 해 보는 자리를 만들어 봤다"고 설명했다. 그림 뒤쪽으로 난 창문은 흔히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중세의 뜰이 펼쳐진다. 빈 화가의 의자는 어쩌면 관람객도 앉아볼 수 있는 '꿈꾸는 의자'다. 3년 만에 열려 4월 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개인전에는 화가의 공간을 주제로 한 3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화가 내면의 풍경을 들여다 보는 의미에서 전시 제목은 '풍경을 거닐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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