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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정, 중부담·중복지 청사진 제대로 만들어야

새누리당 지도부가 연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기조 수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일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방향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더니 3일에는 김무성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공식화했다. "정치인이 그러한(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날을 세우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실패가 예고됐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여당이 집권 3년차가 돼서야 수정하겠다고 나선 정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방향도 선(先) 복지 구조조정, 후(後) 증세로 잘 잡았다. 우선 복지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는 구조조정을 하고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의 뜻을 물어 증세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다.

이 같은 기조 전환은 법령과 예산의 변화를 동반하는 만큼 정부·야당과 타협점을 도출해야 현실화할 수 있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또다시 포퓰리즘 복지공약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재정파탄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다. 따라서 여야정은 기초연금과 무상보육·급식 등 퍼주기식 복지의 군살을 과감히 도려내고 지속가능한 복지 청사진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매년 수조원의 세수펑크가 잇따르는데 소득·재산이 웬만큼 있는 노인에게까지 기초연금을 주고 어린이집에 반나절만 맡겨도 종일 보육료를 지원하는 혈세 낭비부터 틀어막아야 한다.



물론 빈곤 노인과 실업자·비정규직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중(中)부담·중복지의 수준과 재원에 대한 합의점을 찾고 국민의 선택과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다. 여야정 모두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면 당장 표를 잃고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감수하고 추진하는 결단력과 책임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현 유권자의 표를 얻겠다고 미래세대의 지갑을 털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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