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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당 태종과 세종대왕-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어느 후배에게 들은 얘기다. 하루는 자기네 회사 사장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회식을 소집했다. 그는 회식 자리에 가서야 긴급 소집 이유가 '사내 소통 부재'라는 것을 알았다. 사장은 저녁 식사 중 시종일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한 시간 넘게 사장에게 소통 강의를 들어야 했다. 사장의 말에 그 누구도 참견하거나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이 회사는 그 후로 소통이 잘됐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제대로 된 소통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바른 소통은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라는 것을.

그날 사장은 사내 소통이 안되는 문제에 대해 간부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험악한 인상을 쓰며 잘 지내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진정한 소통은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관의 치(貞觀의 治)'라 불리는 치세를 베푼 당 태종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꼽힌다. 아버지인 당 태조 집권기에 쿠데타를 일으켜 형제들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이세민은 형의 책사 위징을 잡아 문초한다. "네놈이 몇 차례나 나를 죽이려고 했지?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느냐?" 이때 위징은 "일찍이 내 주군이 내 말을 경청했다면 당신이 지금의 내 꼴이 돼 있을 것이요"라고 답한다. 위징의 재주와 담대함을 흠모한 당 태종은 결국 위징을 설득해 자신의 책사로 삼는다. 그 후 위징은 간관(諫官)의 수장인 간의대부와 재상 등을 지내며 죽는 날까지 직언으로 주군을 섬겼고 당 태종은 한때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위징에게 시달리면서도 끝내 그를 내치지 않았다.

어느 날 당 태종이 위징에게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위징은 "군주가 현명해지는 것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두루 듣기 때문이고 아둔해지는 것은 주로 한 사람의 의견만을 경청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 더구나 인간은 누구나 높아질수록 교만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결국 몰락한다. 성경 속 최고의 군주 다윗도 그 길을 피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잘돼서도 겸손하기다. 인간이 끝끝내 겸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자기와 다른 의견 경청하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끝끝내 겸손한 자라야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다. 세종24년 의금부에서 임금을 비방한 조언이라는 사람을 신문한 후 중형을 내려달라고 청하자 세종은 "무지한 백성이 나를 착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우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어찌 벌을 주랴, 속히 놓아주라"고 하였다. 이것이 우리가 그를 그냥 세종이 아니라 '세종대왕'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이리라.

왕 다운 왕은 자기를 낮춘다. 아무리 낮아져도 자기는 왕이기 때문이다. 왕 답지 않은 왕은 자기를 높인다. 아무리 높아져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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