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까지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한 하도급 중소기업 2만5,000개사를 대상으로 기술탈취·유용, 불공정계약, 인력유출, 영업비밀 부당요구 등의 피해현황 실태조사를 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지재권 피해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피해금액 산출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도출하겠습니다."
김영민(55ㆍ사진) 특허청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재권 침해가 빈번함에도 침해혐의에 대한 객관적 입증 및 현황파악이 곤란한 실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술유용과 관련돼 6건이 신고됐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어 그는 "중기 지재권 보호를 위해 공정위ㆍ중소기업청 등 유관부처와도 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도급 중기의 지재권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재권 보호정책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또 지재권 관련 대ㆍ중기 상생과 관련, 공정한 지식재산권 실시 관행을 정착시키고 특허분쟁 공동대응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대ㆍ중기 지재권 라이선스 계약 체결시 중소기업 특허에 적정한 실시료가 책정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하고 업종별 단체와 특허분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군을 대상으로 대ㆍ중기 간 협의체를 확대하겠다"고 소개했다.
김 청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2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창조경제 시대에 특허청의 역할과 향후 정책방향을 가감 없이 설파했다.
상당수 중소ㆍ중견기업들은 아직도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투자에 인색한 실정이다. 여력도 없고 비용부담이 크니 지재권 분쟁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김 청장은 중소기업의 해외특허 출원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허청에서 연간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출원 비용의 약 7%를 지원해주는데 이를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예산을 8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청장은 또 "지역 유망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IP종합지원정책으로 현재 618개인 IP스타기업을 오는 2017년까지 1,500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수 IP스타기업에는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별 IP자산 구축, IP사업화, IP리스크 관리 등 IP경영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에 지식재산 경영이 촉진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지식재산경영인증제도를 내년에 시범적으로 실시해 인증기업은 타 부처 기업지원 사업과 연계 지원하고 우수 협력사 지정유도 등 인센티브 제공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특허박스(PB제도) 도입으로 특허소득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를 요구한 것과 관련,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김 청장은 "PB제도 혜택이 연구개발(R&D)을 기초로 제품화할 수 있는 일부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한정될 수 있어 실질적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인 우리나라는 영국 등 유럽과 산업구조와 환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진국들은 특허기술 활용 촉진 및 자국기업의 해외 유출방지 차원에서 PB제도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8개국과 중국이 이미 PB제도를 도입했고 일본도 연내 검토작업을 거쳐 2015년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김 청장은 "올해 각국에서 운영 중인 PB제도 현황과 도입취지ㆍ제도효과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특허출원은 지난해 기준 세계 4위. 그러나 핵심ㆍ원천특허가 부족해 특허의 질적 수준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4.4%로 표준특허 보유 6위로 미국(32.5%), 일본(21.0%)에 한참 뒤처져있다. 지재권 로열티를 비롯해 기술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이에 그는 '2017년 세계 4강 표준특허 보유국가 진입' 목표를 수립했다. 연구개발-특허-표준 연계 시스템 구축이라는 표준특허 창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청장은 "2015년까지 18대 전산업 분야에 대해 IP전략기술 로드맵을 구축해 국가 특허전략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면서 "우수 특허의 지속적인 창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IP-R&D 전략의 민간 확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단순 R&D가 아닌 지식재산과 R&D를 초기부터 연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 청장은 또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비롯한 특허괴물의 중소ㆍ중견기업 공격과 관련해 "올해 지재권 분쟁사례가 전년동기 대비 73%나 증가했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아직 정보력과 자금력이 부족해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IP 분쟁속보, NPEs 동향분석 정보 등의 IP 분쟁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지재권분쟁대응센터를 통해 우리 기업의 대응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피력했다.
지식재산 생태계를 올바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보호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우수한 특허를 지재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를 지식재산으로 실현하는 것이 특허청의 시대적 과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김 청장은 최근 '지식재산 기반의 창조경제 실현전략(5개년 종합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창조경제는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결합해 발명ㆍ디자인ㆍ콘텐츠 등과 같은 가치 있는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지재권은 법적으로 보호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발명과 창작활동으로 유도하는 창조경제의 엔진"이라고 설파했다.
특허심사 정책에서 김 청장이 강력히 추진하는 방안은 특허심사 처리기간 단축과 일괄심사제도 도입이다. 특허청은 종합적인 지재권 품질정책 추진을 위해 스타(STAR) 전략 프로젝트를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스타'란 우수한 출원(Superior Application), 신속한 심사(Timely Examination), 정확한 심사(Accurate Examination), 신뢰받는 특허(Reliable Patent)를 뜻한다. 그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권리화될 수 있도록 현재 13.3개월인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2015년까지 10개월로 줄이면서도 선진국 수준의 심사품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또 "인력확충을 통해 심사관 1인당 연간 처리건수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특허청은 출원시기, 심사청구 시기, 담당 심사관이 다르더라도 하나의 제품 또는 기술에 관련된 복수의 유사 출원을 출원인이 원하는 시점에 일괄 심사하는 포트폴리오 심사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특허심사는 심사청구 순서에 따라 먼저 청구된 출원부터 심사하고 상표·디자인 심사는 특허와 별개인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이 때문에 하나의 제품에 여러 개의 기술·브랜드·디자인이 복합된 경우 관련 특허·상표·디자인 출원 심사시기가 달라 신제품에 대한 효과적인 지재권 전략수립이 어려웠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경우 기술(전원·입력장치·모뎀·디스플레이·카메라·소프트웨어(SW) 등), 디자인(사각형태, 둥근 형태 등), 브랜드(갤럭시ㆍ옵티머스 등)가 복합돼 있어 신규 휴대폰을 출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출시시기에 맞춰 효과적인 지재권 보호망을 구축하기 어렵다. 김 청장은 "일괄심사제도가 도입되면 신제품에 필요한 특허·디자인·상표를 출원인이 원하는 시기에 취득할 수 있어 사업에 필요한 지재권 전략수립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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