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번번히 검토실의 예상을 뒤엎어 버린다. 검토실에서는 상식적인 수를 예상할 때가 많은데 이세돌은 상식에 구애되지 않는다. 언제나 검토실의 고수들보다 더 깊은 수, 더 예리하고 효과적인 수를 찾아낸다. 그것을 목격할 때마다 검토실의 고수들은 탄식한다. 이세돌이 왜 세계를 제패했는가를 거듭 인식하는 것이다. 사이버오로의 생중계는 한상훈5단이 맡았는데 그 역시 찬탄을 거듭했다. 그가 2단이던 2008년에 일약 LG배세계기왕전의 결승에 올라 이세돌과 타이틀을 다툰 바(2대1로 한상훈 패배) 있다. 수읽기라면 세계의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인데 그러한 한상훈의 입에서 계속 찬탄이 나왔다. 백40으로 끊은 이 수 역시 한상훈의 예상에는 없던 것이었다. 한상훈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백11을 소개하면서 이것으로도 백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백40을 보자 한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날카로운 수로군요. 아, 정말 멋지군요."(한상훈) 흑은 여기서 반발할 수가 없다. 참고도2의 흑1, 3으로 버티는 것은 백4, 6의 멋진 수순으로 흑이 잡힌다. 실전보의 백42로 키워죽인 것도 멋진 수순. 흑이 살기는 살았으나 좌상귀 방면의 백진이 저절로 굳어졌다. 구리는 흑53, 55로 마지막 저항에 나섰지만 지금은 수가 될 것 같지가 않다. "패가 나야 계가바둑인데 패도 안 날 것 같아요."(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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