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폭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각종 업소들마다 가격 올리기와 사재기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철 값 폭등을 틈타 숟가락에서 식판ㆍ소화전 뚜껑에 이르기까지 돈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훔쳐가는 ‘싹쓸이 절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울산에서는 최근 소화전 뚜껑만 골라 훔쳐가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 지난 4월 중순 울산시 남구 삼산동 일원에 설치된 40여개의 소화전 뚜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소화전 본체는 철제지만 물이 나오는 방수구를 덮고 있는 뚜껑은 비싼 황동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 도난당한 소화전 뚜껑은 개당 제작비가 4만~5만원선으로 모두 합해 약 200만원가량이다. 울산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구내식당 식판 200여개와 숟가락까지 도난당했다. 이들 물품은 모두 고철로 팔더라도 대략 20만~30만원에 불과하지만 스텐인리스 고철 가격이 오르면서 절도범들의 표적이 됐다. 대구에서는 일부 업소의 가격인상 러시로 ‘청소년 군것질=1,000원’ 공식이 깨지고 있다. 대구시내 일부 고등학교 주변 김밥집의 경우 한 줄에 1,000원이었던 김밥 가격을 최근 1,300원으로 올렸다. 김밥 체인점 본사가 납품가를 올리면서도 당분간 가격을 1,000원으로 유지해달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일부 업소는 “식재료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격을 올린 것. 가격인상 대신 양을 줄이는 업소도 많다. 시내 중심가 한 분식점의 경우 떡볶이 1인분을 기존 300g에서 250g으로, 만두는 10개에서 8개로, 어묵은 8개에서 6개로 각각 줄였다. 광주 지역은 일부 음식점과 소매점들이 밀가루 확보에 혈안이 돼 사재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실제 2006년 말 20㎏들이 한 포에 1만2,000원이던 밀가루 값은 15개월 만에 2만1,200원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광주 서구에서 중국요리점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하루에 20㎏들이 밀가루 한 포대를 사용해 평소에는 10포대 정도를 확보해놓고 있지만 다음달부터 밀가루 값이 또 오른다고 하니까 주문량을 10배 늘려 100포대 정도를 확보해놓았다”고 말했다. 원자재 값 폭등으로 업소들의 가격인상이 줄을 잇자 충남 홍성군은 다음달 2일까지 올해 요금을 동결했거나 인하한 업소 발굴에 나서는 등 가격인상 억제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군은 상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모범업소 100곳을 선정, 50리터 쓰레기봉투 20장을 지원하고 군 홈페이지와 지역 신문에 홍보해 상업활동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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