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에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해 국내 소비자에게 과도한 연회비와 비용 부담을 유발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에 이들 국제브랜드카드의 과도한 연회비를 대폭 내리고 원화결제서비스도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국제브랜드카드의 과도한 연회비 및 결제 수수료 부과 행태가 지나치다고 판단, 국내 카드사와 불합리한 계약을 전면 개정하도록 강력히 지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3천~5천원 수준인 이들 국제브랜드 카드 연회비를 20~3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자카드를 쓰지도 않는데 많은 연회비를 내야하고 국내에서만 결제해도 거액이 이들 카드사로 빠져나가는 불합리한 행태를 바꾸기로 했다”면서 “사실상 독과점 상황이므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선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물품을 살 경우에도 비자나 마스터카드로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관행이 개선된다.
현재 국제브랜드카드는 해외 거래 시 결제액의 0.2~1.0%의 수수료, 국내 사용시에도 0.04%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 수수료만 지난해 1천35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비자나 마스터 카드 결제망이 운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브랜드카드사와 협상 시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 등으로 바꿔 일부 수수료만 주도록 할 방침이다.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브랜드 카드사들에 수수료를 주고 받아온 리베이트도 근절할 계획이다. 지난해만 국내카드사들이 마케팅비 명목으로 500여억원을 국제브랜드카드사에서 돌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런 관행이 국제브랜드카드의 과도한 연회비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리베이트 관행을 멈추지 않으면 비자나 마스터카드에 매기는 연회비가 모두 발급 비용인지 원가 내역을 해부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 관계 당국에서 항의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이 부과하는 국제브랜드카드 연회비 속에 발급 비용 외에 전용하는 부분이 없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라면서 “비자나 마스터카드와 계약 시 국내 결제액에 연동하지 말고 정액 등의 다른 방식으로 계약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원화결제서비스(DCC)도 사기 행위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만 원화결제서비스 때문에 362억원이 고객 주머니에서 더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쓸 때 원화결제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지 통화로 결제했을 때보다 한 단계 더 환전을 거쳐야 하고 서비스 수수료도 부과되기 때문이다.
해외 가맹점들이 관광객에게 수수료를 받고자 원화 결제를 권유하는 경우가 늘면서 결제액도 지난해 5천892억원, 올해 상반기 3천81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원화가 아닌 달러로 결제할 수 있도록 국제브랜드카드사와 국내 카드사의 계약 개정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CC는 국제브랜드카드사와 국내 카드사 등이 서로 수익을 내고자 고객을 속이는 행위”라면서 “관련 계약을 바꾸도록 해 부당하게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전체 카드에서 해외 겸용 카드 비중이 지난 6월말 기준 67.4%에 달해 국내 전용 상품 활성화를 위한 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겸용 카드 비중은 2010년말 69.5%, 2011년말 65.7%, 지난해 말 63.2%였다.
신한 유어스 카드, 비씨 글로벌 카드 등 국제브랜드카드 수수료가 없는 상품 확산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씨 은련카드 등이 생기면서 최근 1년 내 국제브랜드카드 신규 발급의 절반은 연회비가 없었다”면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불합리한 영업 행태만 고쳐지면 해외 겸용 카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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