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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대만서 본 창조경제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대만은 우리나라를 부러워한다. 최근 수차례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바다. 수출·국민소득 모든 면에서 뒤처져 있다가 자신들을 추월해버린 점, 주요 대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 세계 시장을 누비면서 한국 브랜드를 높이고 있는 점,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외교를 펼쳐 아시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망을 형성한 점 등이 주요한 부러움의 요소다. 최근에는 한류 문화까지 대만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극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새 정부 들어서면서 화두로 내건 '창조경제'에서만은 대만이 앞서고 있는 듯해 필자의 부러움을 샀다.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송산문화창조원구'라는 곳이 있다. 우선 장소부터 심상치 않다. 일본 점령 당시 만들어졌던 담배공장이 폐쇄된 곳을 공원으로 조성했는데 100년 가까이 된 낡은 공장 건물을 헐지 않고 그대로 창조경제의 전시장으로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2013년 12월 중순의 전시회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과기미학정품전'이란 제목하에 대만의 공업기술원이 새롭게 개발한 제품들에 디자인 전문가들의 미적 감각을 입혀 전시해 과학기술·산업과 문화가 접목된 그야말로 창조경제 신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대부분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형 가전제품들이지만 하나같이 보기 좋은 디자인이 입혀져 있어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더해줬다. 6~7년 전에 대만 공업기술원이 있는 신죽과학단지를 방문했을 때에도 대만의 과학기술자들이 시장과 생활에 접목된 생활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매우 실용적인 모습이 비쳐져 필자를 흥미롭게 한 바 있었는데 다시 한 번 필자를 놀라게 만든 순간이었다.



이것이 다소 일회적인 기획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는 이 문화창조공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eslite book store'에의 방문을 권하고 싶다. 서점이 별것일까 하고 간과하기 쉽지만 이곳도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로 간주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품질 좋고 디자인이 예쁜 생활용품들이 가득 전시된 중소기업 신제품 백화점이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의 실용성과 미적 감각은 그곳을 찾은 많은 대만 젊은이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곳 제품들의 사진을 찍어 필자의 가족에게 보냈을 때 두 딸의 첫 반응이 모두 "정말 예쁘다"였다는 점에서도 증명됐다. 창조경제의 요소는 문화예술이 생활용품에 녹아들어간 점에만 있지 않다. 'eslite'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대기업이 다른 대기업들의 기존 제품들을 판매하는 쉬운 비즈니스를 마다하고 이른바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 제품들만 전시·판매하고 있는 점이 바로 우리나라가 부러워해야 할 창조적 생태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만들려고 애쓰는 창조경제 생태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창조경제의 모델 하면 영국·이스라엘·미국 등을 예로 들고 부러워하기 쉬운데 가까운 이웃인 대만이 더 실용적인 좋은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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