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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 분산된 재생 예산 4조… 비슷한 사업 많아 낭비 심각
성과보려면 최소 10년 걸려 예산체계 멀리보고 운영해야
부처별 도시재생 관련 사업
지난 2011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연구개발(R&D) 사업을 시작한 경남 창원시는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사업 대상 지역과 상인 범위가 중소기업청의 상권활성화재단 모델사업과 80% 이상 겹친 것이다. 두 사업은 거의 반년여간 사실상 같은 내용에 예산을 중복 투입하며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두 사업을 함께 연계해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이후 행정자치부의 마을기업 사업을 추가로 유치해 문화예술네트워크(국토부)와 생활공예 프리마켓 '가고파(중기청)' '창동라온빛(행자부)'을 탄생시켰다.
부처별로 도시재생사업을 각기 다른 사업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탓에 예산이 중복 투입되는 점은 '한국형 도시재생'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통합예산을 도입해 부처별 사업을 '따로 또 같이' 조정함으로써 효율적인 예산 운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산된 재생예산 4조원…통합예산 도입해야=지난해 부처별로 도시재생 관련 사업에 집행한 예산은 총 4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의 경우 도시재생사업과 도시활력증진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부·농림축산식품부는 함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마을기업 육성사업(행자부) △문화마을 조성사업(문화체육관광부) △상권활성화 구역사업(중기청) 등이 도시재생의 범주에 들어간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관련 사업 예산이 부처별로 각각 수립·집행되다 보니 사업 간 연계가 미약해 효과도 낮고 중복투자로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 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을 통해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이 확대되면서 도시활력증진사업과의 중첩 지역이 증가하고 특정한 도시에 예산 지원이 편중돼 지역적 형평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중복되는 사업을 줄이고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부문의 예산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영국의 경우 도시개발보조금 등 5개 행정부서에서 지원되던 20여개의 보조금을 통합한 '통합재생예산(SRB)'을 1994년 출범한 뒤 2002년 통합예산(SB)으로 이를 확대했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지역개발포괄보조금(CDBG)과 사회자본정비종합교부금을 통해 예산 통합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성과까지 10년…끈질기게 지원해야=도시재생이 쇠퇴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예산 지원은 단기적인 효과에만 매몰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매년 성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도시재생은 1년 투자한다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기적 관점의 예산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국민주택기금이 주택도시기금으로 재편되면서 도시재생사업 지원이 가능해졌지만 단기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출자보다는 융자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논의가 이뤄질 당시 범정부 차원의 도시재생기금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도시재생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민간 자금 유입도 필수적이다. 영국은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민간자본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역 기업 파트너십(LEP) 기구를 창설하기도 했다.
구 교수는 "영국과 일본 등 도시재생을 오랜 기간 진행해온 나라들처럼 국내도 공공의 행정 지원과 세금혜택 등의 유인책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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