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울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 울산에 정착한 김모(20)양은 2010년 한겨울 세 살 위 오빠와 함께 죽음을 각오하고 탈북에 나섰다. 주변 친지 등의 도움으로 북한을 벗어난 김양과 오빠는 두만강을 건너 중국·라오스·태국을 거쳐 반년여 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그녀가 목숨을 내놓고서 두만강을 건넌 것은 한국에 먼저 정착한 엄마 때문이다.
울산으로 온 후 엄마 일을 도우며 생활하던 김양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만둔 학업으로 고민이 가득했다. 학교는 다니고 싶었지만 수업을 따라갈 자신도 없었다. 미용사도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김양은 이런 고민을 신변담당관인 울산남부경찰서 보안계 하지호 경위에게 털어놓았다. 하 경위는 수차례 상담 끝에 미용 특성화고 진학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입학정원이 결정됐다는 학교 측의 이야기에 난관에 봉착했다. 하 경위는 이후 김양의 딱한 사정을 교감 선생님과 학생부장 선생님을 상대로 수차례 설명하고 입학방법을 찾은 끝에 마침내 2012년 입학의 꿈을 이루게 된다. 김양은 입학 이후 성적이 올라가더니 3학년 들어서는 줄곧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졸업 후에는 국비 호주 인턴십에도 합격,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김양은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경찰관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양의 멘토 역할을 해온 하 경위는 "김양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해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본인 스스로 만들었다"고 대견해 했다.
탈북 여고생 김양이 자신을 도와준 하지호(왼쪽) 경위와 진로 및 인생문제 등을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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