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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정치

'쇠고기 쓰나미' 휩쓸려 82일간 국회 표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6개월 동안 정치권은 ‘쇠고기 쓰나미’에 파묻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다 표차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한나라당에 국민들은 4ㆍ9총선에서 ‘거대 여당’이라는 선물까지 안겨줬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된 쇠고기 정국은 국회 장기 파행의 단초를 제공했다. 거리에서는 촛불이 타올랐고 정치권에는 불신이 깊어졌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제2의 외환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18대 국회는 82일간 공전, 개점휴업했다. 여야 간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민생법안은 표류했고 정치력은 실종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정권 교체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상에다 정치리더십 부족과 전략 부재가 겹쳐 발생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탈(脫)여의도 행보를 보이면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여당은 정부와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당ㆍ정ㆍ청 엇박자의 빌미를 제공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감세법안, 교육 자율화 등 굵직한 현안마다 당과 정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들 간 소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혼란만 일으킨 셈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잇단 실책에도 불구하고 바른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해 답답한 모습만 보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거리로 나가 쇠고기 문제와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건에 전력했지만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접점을 찾지 못해 책임 있는 대안세력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여당에는 지시와 통치는 있는데 정치는 없고 야당은 지난 10년간 여당생활을 한 탓에 패배감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탈여의도를 내세우며 정치 과정을 무시한 측면이 있다”며 “여당은 보수적 가치를 지키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양승함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은 “여야 모두 지도부의 리더십이 부족해 당론을 규합하지 못했다”며 “당론이 규합되지 못해 국회 혼선이 야기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치란) 국민 지지집단을 규합해 정치적 산맥을 이루며 활동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자신들의 정책ㆍ이념을 제시하기보다 여론 눈치만 살핀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수진 교수는 “여야라는 정당의 모습을 떠나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 실추된 위상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 학장은 “국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길”이라며 “(정치권은) 선거 때만 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진정한 의미의 당론을 확정하고 거기에 맞게 정책ㆍ입법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층의 가치를 공유하고 대변하며 정치력 회복을 위해 ‘초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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