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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박 실 ㈜한주 사장

"사내 부조리·무사안일 싹 쓸어냈죠"<br>비리 연루자·잉여인력 퇴출등 구조조정 박차<br>취임 1년만에 적자기업서 흑자기업으로 바꿔<br>사원 복지제도 강화등 알짜기업 만들기 주력


“지난 1년간은 회사 내에 쌓여 있던 부조리와 방만한 인적 구조들과의 일대 전쟁이었습니다.” 지난 21일 주주총회를 통해 재신임된 박실 ㈜한주 사장은 공중분해 위기에 몰렸던 회사를 20여년 만에 명실상부한 흑자기업으로 바꾸어놓은 과정을 한마디로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한주의 대표이사로 선임돼 첫 출근을 해보니 눈앞이 캄캄했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박 사장은 “창사 30여년 동안 ㈜한주는 주주회사에 유틸리티를 공급, 매출을 올리는 수익 구조여서 회사 전체에 무사안일이 골 깊게 배여 있었다”며 “게다가 전임 사장이 회사공금 수백억원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로 아예 회사 자체가 공중분해 위기에 놓여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20여개 입주기업들에 전기ㆍ스팀ㆍ용수 등을 공급하는 ㈜한주는 지난해 115억원의 흑자를 내 20여년 만에 다시 흑자기업으로 돌아섰다. 수십년간에 걸친 이 회사의 경영행태를 돌이켜보면 100억원이 넘는 흑자달성은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주는 72년도에 설립된 뒤 87년 민영화 이후부터 만성 적자기업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2002년부터 3년간의 누적적자만 400억원이 넘어선데다 당시 부채비율도 327%에 달했다. 특히 20여년간 한주를 이끌어온 전임 고원준(63) 사장의 회삿돈 330억원 횡령 사건이 2004년 말 터지면서 회사 존립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저에게 신임 대표이사 자리를 맡길 때만 해도 솔직히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주의 경영상태가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만큼 악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사장은 당시 중견 석유화학업체인 ㈜카프로의 사장직을 맡고 있었기에 ㈜한주호로 배를 갈아타는 것은 ‘승산 없는 모험’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박사장은 “어지러운 회사 상황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구사대의 심정으로 고심 끝에 대표이사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박 사장은 중견 유화업체인 ㈜카프로 신입사원 출신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까지 오른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박 사장은 ㈜카프로에서도 2년간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만성적자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업계에선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 그는 ㈜카프로 사장 재직 당시 노조의 극렬한 파업 등에도 불구, 대대적인 시스템 혁신 등을 통해 회사를 알짜기업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사장은 “카프로의 성공을 거울삼아 한주의 개혁도 부패한 시스템 개선부터 주력하게 됐다”고 지난 1년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주의 골 깊은 시스템 부조리가 예상외로 심각, 초기에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 난관에 부닥치기도 했다. 실제 일부 임원들은 박 사장이 부임 초기부터 대대적인 구조개혁으로 밀어부치자 숙소로 거의 매일 박 사장을 찾아가 ‘같은 배를 타는 게 어떠냐’고 끈질기게 매달리기도 했고 일부는 ‘얼마나 오래 가는가 보자’며 악성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사내 주요 임원들이 이처럼 박 사장에 대한 회유와 협박 공세를 마다하지 않은 데는 20년 가까운 부조리와 무사안일에 깊숙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 사장은 “전임사장과 임원들의 소개로 입사한 사원들이 넘쳐나다 보니 보직도 없는 과장급 직원이 무려 16명에 달했다”며 당시 극도로 방만했던 회사경영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가 2002년 제염공장을 180억원에 인수한 뒤 개보수를 이유로 무려 800억원을 쏟아 부었더라”며 “이 모든 것들이 사내 부조리와 연관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을 때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에 따라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각종 공사나 원ㆍ부자재 구매계약을 모두 투명하게 바꿨다. 비리 연루자들을 모두 해임하고 직책이 없는 일부 간부는 퇴출시켰다. 이 같은 노력으로 회사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이 회사는 주원료인 유연탄을 국내 수의계약에서 중국 직수입으로 노선만 바꿨는데도 무려 연간 60억여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 168억원, 2004년 100억원 적자를 낸 이 회사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무려 115억원의 흑자를 내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이자 최대의 흑자를 낸 것은 임직원들이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도 힘든 구조조정을 함께한 의지의 결과”라며 “이제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구축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는 충실히 업무를 수행한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양한 사원복지제도와 교육프로그램을 수립, 경영이익금을 투자할 방침이며 올해 기준, 280% 수준인 부채비율을 5년 내에 80%까지 떨어뜨려 명실상부한 알짜기업으로 주주 및 사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도덕성·대화경영 가장 중시

박실 사장은 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지난 72년 대학을 졸업한 뒤 ㈜카프로 신입사원으로 입사, 30년 만에 이 회사 최고경영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사원으로서, 임원으로서의 도덕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박 사장은 ㈜한주의 개혁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철저한 자기 자신의 도덕성 무장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사원이나 사장이나 투명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부조리와는 거리가 먼 도덕성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이 같은 높은 도덕성을 인정받아 주주사들로부터 지난해 3월 ㈜한주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박 사장의 '도덕성'은 한주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일부 임직원들이 벌인 회유작전을 수포로 만든 결정적 무기가 됐다. 20여년간 부조리에 젖어 있던 일부 임직원들은 당시 끈질기게 박 사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박사장의 돌부처 같은 도덕성 앞에서는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 사장은 투명경영의 원칙과 함께 '대화경영'에 대해서도 큰 부분을 할애한다. 박 사장은 ㈜한주 사장으로 부임한 직후 우선 노조와의 대화를 택했다. 그는 당시 노조 집행부 측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인적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확보가 관건"이라는 뜻을 전달하고 노조의 협력을 구했다. 반면 박 사장은 사내 시스템 개혁에 협력한 노조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인적 구조조정을 보류했다.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박사장의 본뜻을 십분 이해한 노조의 상생기류에 박 사장이 고용보장으로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사장의 투명경영은 주주사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스타일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매출 2,657억원 중 90%를 주주사에 대한 유틸리티 공급으로 올리고 있는 회사수익 구조에도 불구, 올해부터는 주주사에 공급하는 전기요금을 대폭 인하할 방침이다. 유틸리티 가격을 낮추면 그만큼 회사매출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박 사장은 "주주사를 상대로 매출액을 올려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사장은 대신 '한주소금'의 경영혁신을 통해 회사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약력 ▦44년 충북 청주 출생 ▦69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72년 ㈜카프로 입사 ▦2003년 ㈜카프로 대표이사 선임 ▦2005년 ㈜한주 대표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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