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재선 성공으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기존의 외교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이익의 중심을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아태 지역을 안방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또 다른 주요2개국(G2)인 중국과의 격돌을 필연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중일 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한국ㆍ일본ㆍ베트남 등 주변국의 외교ㆍ안보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노포비아(중국 위협론)’ 앞세워 대중 봉쇄 강화할 듯=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봉쇄’와 ‘협력’이라는 기존의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ㆍ베트남ㆍ필리핀ㆍ미얀마ㆍ호주까지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 긴밀한 군사적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미국 내에서 군사ㆍ경제 등 각 방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일부 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마찰을 빚자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들 국가를 지원했다.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마찰을 빚자 영토분쟁에는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센카쿠는 “미일 안보조약상의 방위대상”이라며 일본 편을 들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 정책 가운데 하나다. 중국이 아세안을 규합해 추진하는 범아시아 경제협력기구를 사전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 둔화에 따른 미국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에 대해 무역ㆍ환율 분쟁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총 15차례 제소했는데 8개는 오바마 행정부하에서, 7건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이뤄졌다.
◇조용한 외교로 ‘채찍과 당근’제시=아울러 오바마 행정부는 현실적으로 중국의 힘을 의식해 이 같은 대중 봉쇄 전략과 더불어 중국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 건설을 주장하면서도 ‘일방주의’를 주장하는 공화당과 달리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외교정책을 주제로 한 3차 TV토론에서 “중국이 규칙을 따른다면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 재정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바마 입장에서는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의 수출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위안화 절하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이 세계 최대의 미국 채권 보유국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험대에 오른 오바마 독트린=대중 갈등과 더불어 이란 핵 문제 등 다른 난제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4년 전 이집트 카이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배격하고 대화와 다자주의를 추구한다는 카이로선언을 발표했다. ‘오바마 독트린’으로 불리는 이 선언은 지난 4년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근간이 돼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외교정책 공약에서도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2기 정부에서도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유약한 외교정책이 이란의 핵무장 시도를 불러왔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사회 공조와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 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종식도 쉽지 않아 오바마 행정부가 떠안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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