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이르면 28일(이하 현지시간) 단행될 서구권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진 천문학적 재산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미국의 대러 제재가 비록 느리고 강도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지난 15년간 푸틴의 은닉재산을 추적해온 국제사회의 노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9년 푸틴이 처음 대통령직에 오른 후 서구권의 정보기관과 언론, 러시아 야권 및 업계 전문가들은 푸틴이 측근들을 활용해 은닉했거나 해외로 빼돌린 재산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푸틴의 재산은 400억~700억달러(약 41조6,000억~7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푸틴은 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돈이 많은 국가 수장이 된다.
특히 2007년 러시아의 정치분석가 스타니슬라브 벨콥스키는 유럽의 한 언론을 통해 푸틴의 재산내역을 자세히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푸틴은 세계 최대 가스생산 업체이자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스프롬 지분 4.5%, 민간 석유 회사 수르프테가스 지분 37%, 세계 4위 석유거래 업체 군보르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군보르는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미국이 첫 대러 제재안을 내놓았을 때 "푸틴의 사금고일 가능성이 높다"며 제재 대상에 포함된 업체이기도 하다.
201년 러시아 사업가 세르게이 콜레스니코프는 흑해에 위치한 푸틴의 10억달러짜리 호화별장을 짓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폭로했고 2012년에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네미초프가 20여곳의 호화주택과 헬리콥터 15대, 최고급 요트 4척, 비행기 43대를 푸틴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여러 경로에서 의혹이 제기된 푸틴의 재산규모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벌어들일 수 없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지난해 푸틴의 공식 연봉은 367만 2,208루블(약 1억679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구권은 재계 측근들이 자금 해외은닉 등을 주도하며 푸틴의 돈을 불려준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될 서구권의 추가 대러 제재 대상에는 이들 재계 측근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푸틴의 은닉재산이 직간접적으로 공개될 수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추가 제재 후보군으로는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회장과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RZD) 사장, 유리 코발추크 방크로시야(러시아은행) 이사회 의장 등이 거론된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28일 "푸틴의 측근들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며 남긴 흔적들을 미국 정부가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외신들은 서구권의 대러 추가 제재로 한번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던 푸틴 재산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푸틴의 재산은닉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통상적 방법으로는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 체스 챔피언이자 러시아 야당 지도자인 가리 카스파로프는 "푸틴의 재산을 충분히 찾아낼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려면 기존의 룰을 깨야 한다"며 "미국 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는 어딘가에 꼭꼭 묻혀 있을 푸틴의 재산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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