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가성 화음과 펑크 비트의 노래로 지난 1970년대 디스코음악의 시대를 연 팝그룹 '비지스(Bee Gees)'의 리드싱어 로빈 깁(사진)이 지병인 결장암으로 20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62세.
로빈 깁은 2010년 결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병세가 악화돼 올 초부터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는 등 투병생활을 계속해왔다.
비지스는 배리 깁과 쌍둥이 로빈 깁, 모리스 깁 등 3형제로 구성된 밴드다. 1949년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위치한 맨제도에서 태어난 로빈 깁은 1958년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건너갔다. 드럼 연주자이자 밴드 리더였던 아버지와 노래를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들은 호주에서 일찍부터 작곡과 연주 등 실력을 쌓았다.
로빈 깁은 형제들과 함께 1963년 첫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했으나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이들을 세계적인 밴드로 만들어준 것은 1977년 발표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이 앨범은 전세계에서 4,000만장 이상이 판매돼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간 앨범(fastest-selling albums)'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 앨범으로 기록을 깨기 전까지 사상 최대 판매량 기록을 지켰다. 또 이 앨범은 전세계 팝음악의 역사에서 하드록의 시대를 접고 댄스뮤직 시대를 연 전환점이 됐다.
비지스의 음악은 존 트래볼타가 같은 제목의 영화를 통해 큰 인기를 끌며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댄스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하우 딥 이스 유어 러브' '나이트 피버' '스태잉 얼라이브'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지금까지 총 2억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다. 그래미상을 아홉 번 수상한 비지스는 1997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가수로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형제들에게는 비극이 겹쳤다. 1988년에는 솔로 가수로 활동했던 또 다른 동생 앤디 깁이 심장마비로, 쌍둥이 동생 모리스 깁은 2003년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다.
로빈 깁은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을 맞아 아들 로빈 존과 함께 4월 런던에서 '타이타닉 레퀴엠'이라는 첫 클래식 작품을 발표하는 등 작품활동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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