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과 당내 반발에 부딪혀 1차 합의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박영선 원내대표로서는 유족들의 이해를 구해 전날 의원총회에서 유보된 재합의안을 추인받는 게 최우선 과제다.
끝내 유족 동의를 얻지 못하면 두 번 연속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불발되면서 박 원내대표 개인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물론 당 재건 작업의 표류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서울 광화문 광장의 유족 단식농성장을 전격 방문해 유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다.
박 원내대표는 38일째 단식농성 중인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등을 만나 위로를 하고, 설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족들은 “수사권, 기소권을 달라고 했잖습니까. 그거 아니면 안 된다고요”라며 “우리 의견은 명확하다. 합의를 결렬시켜야 한다”라고 말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면담 도중 유족들의 고성과 탁자를 내려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고, 중간에 일부 유족이 뛰쳐나오는 등 분위기가 무거웠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을 마친 뒤 “저희가 잘못이 있으니 용서해 달라고 했다”면서도 추가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못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선을 그었다. 두 번의 여야 합의를 스스로의 손으로 파기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유족 설득을 통해 합의안을 관철하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유가족 전체 총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박 원내대표 본인이 직접 총회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오늘 가족 총회에 원내대표가 직접 갈지, 중진들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여러 명이 갈 것 같기는 하다”면서 “여러 채널이 있으니 가능한 한 충분히 만나볼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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