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우리스티(Milleuristi). 지난 2000년대 초반 스페인에서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계약직 등으로 일하면서 월 1,000유로(당시 약 120만원) 안팎을 벌어 빠듯한 삶을 꾸려가던 25~35세 청년층을 말한다. 이탈리아의 청년 2명이 여기서 힌트를 얻어 2005년 인터넷에 발표한 소설 '1,000유로 세대(Generazione 1000 Euro)'가 주목받으면서 비정규직 청년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두 청년은 유명인사가 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실업률이 치솟은 그곳 젊은이들의 현실은 다람쥐 쳇바퀴 신세다.
△1,000유로 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은 게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20대 비정규직의 소득을 추정해 2007년 같은 이름의 책을 내면서 만든 용어다. 20대의 95%가량이 비정규직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시대상을 담아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20대의 월평균 소득은 2003년 70만원에서 지난해 92만원으로 24% 늘었지만 다른 연령층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증가율이 60세 이상보다 낮고 소득은 40대의 52%에서 46%로 쪼그라들었다. 고용률도 2003년 60%에서 지난해 58%로 유일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거나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삼포(三抛) 청년'이 넘쳐난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니 낙타세대의 '대기업 고시' 합격을 겨냥한 특강과 수험교재들이 넘쳐난다. 부담은 이뿐 아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장차 더 많은 세금과 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 부담을 짊어져야 하니 애처롭다.
△그렇다고 낙담만 할 건 아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1960년대 청년들은 일자리와 국가 차원의 외화벌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독일의 광산ㆍ병원과 베트남 전쟁터로 달려갔다. 3만여 파독(派獨) 광부ㆍ간호사와 31만여 장병이 고국에 보낸 외화는 고속도로를 깔고 산업을 일으키는 종잣돈이 됐다. 2030세대여, 부디 파이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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