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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걸 왜 시키느냐고 원망도 많이 들었는데 예상보다 정말 빨리 좋은 일이 생겼네요."
1988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안재형(50)씨는 남자 탁구 대표팀 코치지만 요즘 탁구보다 골프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외아들 안병훈(24)이 지난달 25일 유럽 투어 메이저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안병훈은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강자들이 대거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1부 투어 우승을 이뤘다. 132위였던 세계랭킹은 3일 현재 52위까지 치솟아 오는 10월 프레지던츠컵(세계연합-미국 대항전) 출전이 유력하고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가 가능성도 부쩍 커졌다.
3일 기자들과 만난 안 코치는 "올 시즌 유럽 1부 투어로 올라온 아들에게 제발 투어 카드만 유지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아들은 '카드야 당연히 유지하죠'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우승이 나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아들의 우승 뒤 사흘간 전화만 100통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미국 올랜도 자택에 머물고 있는 안병훈은 18일부터 미국 워싱턴주에서 열리는 남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US 오픈에 출전한다. 안 코치에 따르면 원래 왼손잡이였던 안병훈은 오른손잡이인 아버지의 골프채로 처음 골프를 배워 지금까지 오른손으로 골프를 치고 있다. 하지만 가족끼리 가끔 탁구를 할 때는 왼손으로 친다고 한다. 안병훈의 어머니는 서울 올림픽 탁구 여자복식 은메달리스트이자 단식 동메달리스트인 자오즈민이다. 현재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US 오픈 기간 미국에서 온 가족이 모일 예정이다.
한편 안병훈은 프레지던츠컵 사무국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어릴 때 인내를 가르쳐주셨다. 침착할수록 잘할 수 있다고…. 그런 말씀들로 인해 정신적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메이저 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 조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서 세계연합팀을 대표해 뛰는 것도 그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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