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용으로 내각이 짜인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손발을 잘 맞춰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돌파내각’이 돼야 할 것입니다.” 박희태(71ㆍ사진) 한나라당 대표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신년 인터뷰에서 연초 개각설과 관련해 이같이 밝힌 뒤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거국내각을 강조하는데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일 잘할 수 있는 속도전에 적합한 사람들이 내각에 많이 들어가 하루 속히 경제회복이라는 고지를 향해 돌격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새로운 내각은 어느쪽 사람으로 구성되더라도 상관없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박 대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역할론에 대해 “기업이 각각의 사업영역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인들이 정말 열심히 활동한다면 빛나고 보람된 일이 아니겠느냐”며 “무리할 정도로 투자를 많이 하고 이익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고용도 많이 늘리고 창업할 때의 정신으로 정열적인 기업활동에 나서기를 호소한다”고 역설했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대표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새해 포부와 각오, 국정혼란 수습책, 경제 살리기 복안 등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는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습니다. 이제 집권당 대표를 맡으신 지 6개월이 됩니다. 한나라당이 새해에 역점을 두고 있는 국정방향은 무엇입니까. 당 대표로서의 포부와 각오도 들려주십시오. ▲무엇보다 이 어려운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내년이 소해 아닙니까. 한나라당 지도부는 소처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석전경우(石田耕牛)라는 사자성어처럼 ‘자갈밭을 가는 소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옥토를 만들어내듯’ 최선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 살리기에 가장 앞장서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나아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새해 국정운영 성과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당과 청와대ㆍ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신발끈을 고쳐 매고 비상한 각오로 새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맞습니다. 올해는 당과 청와대ㆍ정부 모두 비상한 각오로 새 출발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급히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내각이 앞장서 어려움을 돌파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현 진용으로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몇몇 사람 바꾼다고 이 난국이 금방 타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각료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화합형 대표로서 그동안 당내 갈등을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습니다. 개각 때 친박근혜계를 대거 기용해 양측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당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개각 이전에 이러니 저러니 말들을 많이 하는 것은 현재 내각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힘을 빼는 악영향만 초래할 뿐입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개각할 때 친박근혜계 중 경제 살리기에 적합한 인물이 있다고 판단하시면 그때 인사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거대여당이 탄생하면서 일방 독주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았지만 오히려 주요 현안마다 야당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수결로 처리한다며 야당은 오히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할 것입니다. 국회 운영은 대화와 타협의 연속입니다. 그러다 보면 속도가 다소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숫자로만 제압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탓에 국회 운영 과정에서 일처리가 늦어지는 것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께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높으면 결국 출마하실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아직은 재보선 지역이 몇 개 안 생겼습니다. 우리 당에서 나갈 만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생각할 단계가 아닙니다. 게다가 제가 재보선을 생각한다는 말이 나가면 재판 계류 중인 의원들이 마음 아파할 것입니다. 출마 결정이 최종적으로 서면 그때 공식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좀 더 지켜봐주십시오. -여권은 4대강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대운하를 하기 위한 전단계가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이 많은데 과연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흥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건설산업이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데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는 것은 세계적인 공통 인식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넓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30년대 뉴딜정책으로 경제회복에 많은 효과를 봤던 사례도 있습니다. 현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희망하는 지역 숙원사업입니다. -서민들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받은 금융권이 지난해부터 오히려 가계대출을 축소하거나 회피하면서 서민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선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부족한 자금을 공급하는 데 은행이 제 역할을 다 못한다는 국민적 비판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은행권이 좀 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 어려운 때에 한푼이라도 서민을 위해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장 정부가 한국은행과 국책은행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금융기관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므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표의 지시로 당 차원의 일자리창출대책위원회가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당에서 구상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대책 몇 가지를 소개해주십시오. ▲아직은 검토단계로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다만 일자리 창출의 근본적인 틀은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입니다.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없애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은 돈 있는 기업과 사람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유인책입니다. 아울러 재정을 조기에 투입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현행 2년인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3년 또는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당에서 검토되고 있는데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재계는 환영하겠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노사갈등의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면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경제회복밖에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그나마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봅니다. 구체적인 정책은 결정된 것이 없고 현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확정계획을 발표하겠습니다.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직업군인제 강화정책이 일자리 창출방안으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저기서 정부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다양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사실 동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문제는 예산입니다. 우리 정부가 과연 예산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 청소년들이 외국에 취업할 수 있는 활로를 터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해에는 청소년의 해외취업 인력을 대폭으로 늘릴 방침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만간 이와 관련된 정책을 발표하겠지만 새해에는 몇 만 명 이상 해외연수를 보낼 계획입니다. -지난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 상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국회가 무법천지의 난장판이 됐습니다. 집권당 대표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요. ▲어쨌든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서로 어떠했든 꼴 사나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인 것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야당이 결정적인 과오를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체결했습니다. 그런 만큼 민주당이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히려 상정도 못하게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이성을 잃은 모습입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국 민생현장을 찾아 최고위원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기회로 대표께서 국민들의 생생한 현장 민심을 들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민들이 얘기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사항은 무엇이었습니까. ▲대다수 국민들께서 공통적으로 경제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얘기해 믿고 지지했는데 지금 왜 이렇게 됐느냐며 하루 속히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솔직히 이해를 구했어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이지요. 그렇다고 지금의 경제위기가 우리나라에 국한되거나 우리 정권이 잘못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제적 환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많은 이해를 부탁 드렸습니다. 또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대통령과의 정례회동과 관련해 성과와 개선책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당내 일각에서는 대표께서 대통령에게 당내 분위기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글쎄요. 저는 지금의 형식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 당에서 수집한 민심을 직접 전달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주요 현안에 대한 대안적 성격의 정책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당의 역할은 민심과 청와대 간의 소통 통로를 넓히고 빠르게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지금의 당청 간 정례회동은 잘되고 있고 특별히 바꿔야 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국민들은 이제 여야가 싸움을 그만두고 주요 현안에 대해 타협하고 협상해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대해도 될까요. ▲네, 한번 지켜봐주시지요. 의회주의는 대화와 타협입니다. 제 자신 스스로가 대화와 타협을 으뜸으로 생각하고 지켜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대화론자이며 소문난 타협론자입니다. 올해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여야 간 갈등해소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성과는 없었지만 지난해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협상을 위해 ‘성탄휴전’을 제안한 것도 접니다. 앞으로 어떤 현안이든 국회를 야당과 대화의 장으로 만드는 데 주력해 국회에서 모든 안건이 여야 협의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1938년 경남 남해 ▲경남고, 서울대 법대 ▲1961년 사법고시 합격 ▲춘천ㆍ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제13~17대 국회의원(5선) ▲법무부 장관 ▲민정당ㆍ민자당 대변인 ▲신한국당ㆍ한나라당 원내총무 ▲국회 부의장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 ▲한나라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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