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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FTA 피해보상과 정부의 실패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정부는 이제 뒤처리를 매끄럽게 하는 일만 남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동안 언론에서 누누이 지적했듯이 한미 FTA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 보는 집단이 크게 엇갈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비리에 휘둘렸던 경험 되풀이 말아야

정부가 장담한 대로 한미 FTA로 인한 이익이 손해보다 훨씬 크다고 하자. 만일 낙수(trickle down) 효과가 충분히 크다면, 그 이익이 퍼지면서 온 국민이 한미 FTA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통계적으로 확인했듯이 우리 경제에 의미 있는 낙수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참모도 이 점을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양극화 상황에서 한미 FTA로 인한 혜택이 국민에게 자동적으로 고루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물론 정부는 한미 FTA로 피해보는 집단을 위해 별도의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효과적인 보상이 대단히 어렵다는 데 있다. 이 점은 과거 체결한 수차례의 FTA에서 확인됐다. 예를 들면, 지난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뒤 정부는 UR 피해가 집중되는 농업 부문에 2011년까지 183조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대부분 헛돈이 됐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정부의 보상은 크게 소득 보전을 위한 직불금,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하는 보조금, 장기저리 융자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집행돼왔다. 하지만 이 돈들이 진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농사꾼이나 경쟁력 있는 사업에 배당되지 않고 군청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로비스트나 관공서에 연줄이 닿는 농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한다. 정부의 보상 방안이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다 보니 전형적인 '정부의 실패'를 목격할 수 있다. 한미 FTA에 농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도 과거 보상 방안을 둘러싼 정부의 실패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정부의 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첫째, 관료들은 보상금을 원칙에 맞게 집행해야 만 하는 하등의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관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고 공공선택 이론가들은 늘 말한다.

둘째, 보상방안을 원칙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특히 FTA를 실시하면 누가 얼마만큼의 피해를 당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료는 시장에 비해 정보 수집에 게으르고 무능하다는 게 공공선택 이론가들의 주장이다.



감사원 전담조직 설치 등 대책 마련을

셋째, 보상금을 원칙대로 잘 집행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평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미 FTA를 밀어붙인 관료나 이를 지지한 통상전문가들은 과연 이런 정부의 실패를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자신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발뺌할 것이다.

어떻든 이제 남은 일은 FTA 피해보상 방안을 둘러싼 정부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일은 과거의 보상 방안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감사원 안에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이다. 과연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집행하는지를 늘 감시하고 추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정교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도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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