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 경기가 전지역에 걸쳐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물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7일(현지시간) 밝혔다. FRB는 이날 12개 지역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택 경기 바닥론’이 섣부른 낙관론임을 내비쳤다. 또 “주거용 주택의 경우 뉴욕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규 주택 건설은 둔화되고 있다”며 대다수의 연방 은행들이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거나 보합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댈러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구입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거나 기존 매수주문을 취소하면서 주택 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지역에서는 건축회사 3개 중 2개는 재고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구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을 정도다. FRB는 “기업들의 투자자금 대출이 늘었지만 모기지 대출은 크게 줄었다”며 “뉴욕과 애틀랜타 등에서는 모기지 상환 비율이 낮아졌고 시카고 등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의 신용도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FRB는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12개 지역 중 4개 지역은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전 베이지북 내용과 비교해 경기둔화와 정체를 토로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FRB는 “제조업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견고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주택 경기와 연관된 산업이 둔화를 보이고 있고, 특히 가구ㆍ건자재ㆍ가전 분야와 자동차 경기가 둔화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물가압력 우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FRB는 베이지북에서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숙련 근로자 수요가 증가해 임금상승이 현저했다”면서 “전반적으로 대다수 지역에서 임금상승 압력이 완만했지만 일부 지역의 상승 수준은 높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지북 발표 후 금융시장에서는 주택 경기 둔화의 심각성이 부각되며 FRB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이날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오는 6월 이전에 FRB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74% 반영, 거래됐다. 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미 경기둔화와 노동시장 상황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FRB가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베이지북의 주택 경기 둔화 전망에 맞서 일부에서는 주택 경기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최대 고급주택 건설업체인 톨브라더스의 로버트 톨 회장은 “4~5개월만 지나면 주택시장에서 재고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다른 주택 분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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