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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실 기대되나 조급할 필요 없는 한일 대화

한국과 일본이 이달 말 차관급 전략대화를 갖는다. 오랜만의 전략대화인 만큼 기대가 크다. 주지하는 대로 지난 이명박 정권 말기부터 한일관계는 꼬일 대로 꼬인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관계설정을 시도했으나 계속되는 망언과 도발로 더 이상 나쁠 수 없을 만큼 악화한 마당이다. 올해 1월 이후 11개월을 넘겨 열리는 이번 전략대화를 시발로 풀려나가기 바란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경제협력과 동북아 안보,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상호의존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두 나라 사이의 감정대립이 더 오래가면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우리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이달 중순 미국을 시발로 하순께 일본, 내년 초에는 중국과 차관급 전략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영토 갈등과 시장개방, 핵개발을 비롯한 북한 사정 급변 등 현안도 쌓여 있다. 잇따라 열리는 차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변국과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한일 대화에서 우리가 서둘 필요는 없다. 일본은 안팎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할 처지다. 내부적으로는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지지도의 거품이 걷히는 마당에 무리하게 비밀보호법 제정 등을 추진해 곤경에 빠졌다. 내심 중국을 향한 포위망 형성에 기대를 걸었던 아세안과의 정상회담도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미국으로부터는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성실하게 회담에 응하되 불편한 사안을 덮고 가자는 식의 대화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일본 총리실은 극구 부인했지만 '경제적 정한론(征韓論)'이 거론되는 현실을 묵과할 한국민은 없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껏 지켜온 원칙에 입각한 외교기조를 누그러뜨리지 말고 당당하게 일본과의 대화에 임해야 한다. 양보와 협력은 일본이 진정으로 대화할 마음을 갖췄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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