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낮 기온도 14도에 머문 차가운 공기와 깃대를 꺾어버릴 듯 몰아치는 강풍까지…. 2일 경기 용인 레이크힐스용인CC 루비·다이아몬드 코스(파72·6,43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은 '돌부처'를 가리는 인내력의 싸움이었다.
첫날 비에 이어 전날 흐린 날씨에도 선수들은 최대 6언더파까지 적어내며 언더파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새벽에 내린 비가 그치고 찬 공기가 들어서면서 대회장은 완전히 다른 코스가 돼버렸다.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돌풍이 계속됐고 마지막 날을 맞아 핀 위치까지 까다로워 대부분의 선수들은 타수를 잃었다.
돌풍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전날까지 선두는 백규정(19·CJ오쇼핑), 고진영(19·넵스), 박신영(20·대방건설). 백규정과 고진영은 신인왕 포인트 19점 차 박빙의 '절친 라이벌'이었고 2년차 무명 박신영은 데뷔 첫 승을 노리고 있었다. 8언더파를 적은 3명은 모두 어릴 때부터 절친한 사이. 이들이 경기한 마지막 조 바로 앞에는 시즌 5승을 자랑하는 김효주(19·롯데)가 1타 차 공동 4위에 버티고 있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는 마지막 날 챔피언조 경기가 처음임에도 박신영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또 김효주는 전날 10개 홀 연속 파에 이어 이날 18개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하는 '묘기 골프'로 팬들의 심장을 쥐었다 풀었다 했다. 28개 홀 연속 파. 상공의 바람이 예측불허라 김효주의 아이언샷은 그린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기의 쇼트 게임으로 보기를 피해갔다.
초반 흐름은 백규정이 좋았다. 1번홀(파4)을 버디로 시작해 9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것. 하지만 6~8번 홀 3홀 연속 보기에 발목을 잡혔다. 중반 기세는 박신영이 가져갔다. 6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장거리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9언더파로 2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박신영은 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 실수로 보기를 적고 9번홀(파4)에서 역시 보기를 범해 김효주·고진영에게 7언더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 사이 앞조 허윤경(24·SBI저축은행)이 가세했다. 12번홀(파4) 칩인 버디로 4명이 공동 선두가 됐다. 첫 번째 승부처는 14번홀(파5). 박신영의 두 번째 샷이 그린 마운드에 걸렸다. 그런데 마크를 하던 공이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던 중 박신영이 공을 잡아버리면서 1벌타를 받고 말았다. 이 홀 보기 탓인지 바로 다음 홀에서 더블 보기를 적은 박신영은 결국 공동 4위로 마쳤다.
마지막 승자는 첫 번째 연장전(18번홀·파4)에서 가려졌다. 7언더파로 김효주와 연장을 벌인 허윤경은 2m 가까운 파퍼트를 놓치지 않으면서 시즌 2승이자 통산 3승째를 챙겼다. 우승상금은 1억원. 허윤경은 "오늘 초반부터 위기가 많았지만 퍼트 마무리가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걱정했지만 파 세이브를 많이 하고 그 흐름으로 우승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고 벙커 샷도 길어 2퍼트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김효주는 단독 2위로 마치면서 3관왕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 직전 상금왕을 확정한 김효주는 이날 대상(MVP)과 다승왕마저 손에 넣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서 톱10에만 들면 대상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시즌 3승의 백규정이 단독 3위로 마치면서 시즌 5승의 김효주는 최소 공동 다승왕을 결정지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