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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예산업의 뿌리인 대학교육 과정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들이 '돈 안되고 취업률도 낮은' 공예학과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도 단순 직업교육에 그치면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문화이자 창조산업으로서의 공예를 진흥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행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13년 공예백서' 집계 결과 지난 2013년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188개 가운데 공예 관련 학과(전공)가 개설된 학교는 63개로 개설률은 33.5%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설대학 수에서 2012년(67개)에 비해 4개가 줄어든 것이다. 이들 4개 학교는 학과를 통폐합했다. 삼육대 미술디자인학부 미술콘텐츠학과, 도자전공과와 순천대 디자인학부 도자디자인전공이 폐쇄됐다. 또 가천대 섬유미술과와 대구예술대 공예디자인학과는 각각 학과를 없앴다.
2~3년제 대학은 더 심하다. 총 140개 학교 가운데 공예 관련 학과(전공)가 개설된 학교는 27개로, 개설률은 19.3%다. 그나마 이는 전년도 개설 대학(31개)에서 4개 대학이 더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학들이 이렇게 공예 관련 학과를 폐쇄하는 이유를 이른바 '돈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산학연계를 통해 프로젝트를 따는 것도 쉽지 않고 개인 창업을 통해 상품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취업률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공예 관련 7개 전공분야는 도자, 섬유, 금속, 목칠, 유리, 종이, 공예이론 등이다.
열악한 국내 공예산업을 지탱하는 기초가 대학이라고 할 때 토대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예산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할이지만 대학과정은 교육부 담당이라는 점에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중인 부처별 협업과제에서도 빠져 있다. 공예산업에 대한 대부분의 지원책은 공예품 사업화 단계 이후부터 진행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공예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3년 공예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예 사업자의 70%는 2명 이하의 직원을 둘 정도로 여전히 영세했다.
또한 개인사업체가 90% 이상이다 보니 대부분의 공예가는 자신의 개인 공방 수준작업에서 머물렀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공정이라는 한계에 따라 대량생산이 어렵고 이런 소규모 사업자이기 때문에 유통과 판매에 필수적인 네트워크 형성도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11년 9,000억원 규모이던 국내 공예산업을 2017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키우기로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육성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박태성 성신여대 공예과 교수는 "공예산업 활성화와 생활 공예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산업공예, 전승공예, 현대공예가 융합된 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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