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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스위스는 알프스로 대표되는 자연환경과 관광대국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스위스의 저력은 현대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강력하게 드러난다.
20세기 초반 유럽 전역에 혁신을 불러온 전위적 미술운동인 '다다이즘(Dadaismㆍdada는 프랑스어로 목마(木馬)를 뜻하며 '무의미함의 의미'를 뜻한다)'의 발상지가 바로 스위스 수도 취리히였다. 20세기 건축 디자인사의 한축을 차지한 '바우하우스(Bauhausㆍ독일어로 '집을 짓는다'는 뜻) 운동에서는 스위스 작가 파울 클레(Paul Klee)와 한네스 마이어(Hannes Meyer) 등이 주축을 이뤘다. 이 외에도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등이 스위스를 대표한다. 세계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바젤 아트페어'가 스위스에서 열리는 것 역시 이 같은 기반 위에 금융자본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연례 프로젝트로 국가별 기획전을 진행할 예정인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올해 첫 기획전으로 스위스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리플렉션 프롬 내이쳐(Reflection from Nature)-스위스 젊은 작가전'을 최근 개막했다. 스위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자연'이라는 개념이 감각적인 젊은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투영되는지 주목되는 자리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간 하나를 가득 채운 목재 설치작품에 놀라게 된다. 형제작가인 그레고리 샤퓌자(40)와 시릴 샤퓌자(36)의 공동작품이다. 2003년 이후 떠돌이 생활로 노마디즘(Nomadismㆍ유목주의)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샤퓌자 형제는 전시가 열리는 현지에서 천연 목재나 폐기된 목자재, 판지, 전구 등의 재료를 구해 현장에서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site-specificㆍ해당 장소의 의미에 맞춘 가변 설치작품)을 만든다. 은신처 같은 토끼굴, 미로 같은 오두막 등은 관객이 드나들 수도 있어 흥미롭다.
비디오작품 '죽음을 향하는 사랑(Love to Death)'을 선보인 에이드리안 미시카(31)는 파리 태생이나 제네바에 거주하는 작가다. '이미지를 지각하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작품을 시작하는 작가는 지질학, 무한의 공간, 건축, 풍경 등에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작에서 자연을 인식하고 이를 재현하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볼 수 있다.
버려진 가구 혹은 주변의 사물들에서 작품을 착안하는 뤽 오보르(41)는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된 재료들에 색을 덧칠하거나 아상블라주(폐품이나 여러 물체를 함께 모아 붙이는 제작기법)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조합과 맥락을 창조해 낸다. 기상학적 용어에서 작품 이미지를 구상하는 프란치스카 푸르터(40)는 '신풍(信風ㆍKamikaze)', 거대한 종이를 잘라 만든 설치작품 '몬스테라(Monstera)' 등 자연에 대한 시적 은유들을 선보였다.
출품 작가들은 스위스 예술위원회 프로헬베티아의 신진작가 육성프로그램에 선정된 역량 있는 작가들이다. 마침 올해는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50주년이며, 스위스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참가를 기념해 오는 4월까지 열리는 '스위스 위크 인 서울'의 첫 행사로 이번 전시가 마련됐다. 4월21일까지. (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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