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본적으로 조종사의 과실이 크다"는 NTSB의 결론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배상 책임이 좀 더 무거워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사고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원론적으로 '조종사의 과실'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main reason)이라고는 단언하지 않았다"며 "보잉사 역시 지나치게 복잡한 조종 장치를 만든 것에 비해 적절한 운영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아 시정권고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배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 측은 조종사의 과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줄곧 인정해왔고 보잉사는 기체 결함은 결코 없었다는 식으로 반론해왔다"며 "NTSB가 최종적으로 양쪽 모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사실상 보잉사의 패배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잉사는 이번 NTSB의 회의 발표가 이뤄진 직후 시정권고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곧장 내놓았다. 보잉사는 "NTSB의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들은 (사고) 항공기의 모든 장치가 설계된 대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며 "사고기의 자동비행장치가 사고 요인에 포함됐다는 NTSB의 성명 내용을 정중하게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아시아나는 조종사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NTSB가 사고 원인에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다는 점을 적절히 인지했다고 본다. 특히 항공기의 오토 스로틀(엔진출력 자동조정장치)과 자동조종시스템·저속경보시스템의 문제, 항공기 제조사 운영 매뉴얼 미흡 등을 복합적으로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번 NTSB의 최종 결론이 곧장 손해배상 소송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해당 보고서의 결론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론을 따른다면 결국 양사 모두가 손해배상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발표 내용만을 토대로 볼 때 조종사의 과실이 보잉사의 미흡한 운영 매뉴얼과 부족한 훈련 탓에 야기됐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보잉사 역시 일정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 역시 "대부분의 항공 사고는 작동 오류와 조종 과실, 기계 결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이라며 "한쪽에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인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쪽 과실이 함께 원인이 돼 사고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고 배상책임이 어디에 더 있느냐 판단하는 것은 배심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계는 아시아나항공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1인당 최소 50만~100만달러(한화 5억1,000만~10억2,000만원), 총액으로 한화 2,000억원 규모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이미 한 한국인 여성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금으로 500만달러(약 55억9,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내기도 했다. 과거 판례 등을 살펴봐도 배상금은 대부분 1인당 10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일례로 1996년 6월 발생한 미국 아메리칸항공의 착륙 사고로 무릎 부상을 입은 한 여성은 법원 판결을 통해 20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 받았고 그녀의 두 살, 네 살배기 자녀들 또한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각각 50만달러, 80만달러를 배상받았다. 2006년 49명이 사망한 델타에어항공 사고의 경우 합의를 통해 인당 평균 500만달러 이상을 보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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