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0억달러의 회계부정이 드러나 파산한 통신업체 월드컴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유죄평결이 내려졌다. 특히 이번 판결은 회계부정에 연루된 CEO들에 대한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뉴욕 연방지방법원의 배심은 15일(현지시간) 버너드 에버스(63ㆍ사진) 전 월드컴 CEO에게 음모와 증권사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대한 허위자료 제출 등 9건의 기소항목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13일 형량 선고 재판에서 20년 이상의 형을 선고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에버스 전 CEO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결의 특징은 우선 특별한 물증없이 유죄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에버스는 그 동안 자신은 회계부정에 대해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실제 그가 연루됐음을 보여주는 문서나 한 통의 이메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유죄평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검찰은 월드컴의 전 CFO 스콧 설리번에게 형을 감량해주는 대신 진술을 해줄 것을 추궁했고, 결국 이번 판결은 설리번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피고인 자격으로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증언석에 선 것도 실수였다는 지적이다. 에버스는 이날 판결에서 자신의 무죄를 강조하기 위해 자기 변호인단이 요청하는 형식으로 증언석에 섰지만 결과적으로 검사에게 새로운 빌미만을 제공하고 꼴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증언석에 서지 않았다면 판결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화이트 컬러 범죄의 모델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과 리차드 스크루쉬 헬스사우스 설립자, 데니스 코즐로브스키 티코 인터내셔널 CEO 등이 회계 부정 사건 등으로 재판을 기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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