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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제는 右 정치는 左?
입력2004-09-09 16:49:00
수정
2004.09.09 16:49:00
이용웅<정치부장>
“이 정부 들어 친노동자 정책, 기업에 불리한 정책, 좌파적 정책이 어디 있습니까. 대통령이나 정부가 반기업정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경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서 격려해주고 또 따로 초청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도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론을 보면 칼럼이나 사설에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무슨 반기업적이다, 반시장적이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와 그런 것들이 기업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와 관련해서는 “과거에 출자총액 제한을 해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순환출자가 많이 늘어난 전례가 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불신이 사고의 기저에 깔려 있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기자는 얼마 전 참여정부에서 제법 실세로 인정받고 있는 고위층을 만났을 때 “기업인들이 참여정부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킨다”는 조금은 자극적인 말을 전해준 적이 있다. 그는 물끄러미 기자를 바라보더니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권에서 경제통이라 불리는 어떤 의원에게는 “카드 사태는 따지고 보면 삼성ㆍLG 등 재벌기업들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몇 달 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여당에서 386과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경제가 좋지 않다”는 기자의 말에 “이헌재(부총리)가 있지 않느냐”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이헌재가 있는 한 참여정부가 좌파적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자는 ‘이헌재(부총리)는 참여정부의 간판 구실을 한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아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어쨌든 이광재ㆍ이화영 의원 등 친노(親盧) 직계 의원들은 (만약 기업들이 원한다면)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유시민 의원도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 사람들이 경제나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무척 복합적이다.
어쨌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게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가까우면 가까웠지 사회주의적인 냄새만 물씬 풍기는 그런 것들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라고는 하나 ‘참여정부가 좌파적’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다 나갈 준비만 하고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들린다. 왜일까. 참여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의 명분으로 “서울 사람들만 부를 움켜쥐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반민특위가 몰락했던 과정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자극적인 말을 하고, 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보안법이 폐지되면 서울 한복판에서 주사파들이 김일성 추도식을 전개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래 가지고는 말 그대로 기득권층이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낼 것이 뻔한 이치인데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할 것이며, 어떤 부자가 호기를 부리며 돈을 쓸 것인가.
모순에 가득찬 사회구조를 한바탕 바꿔보려는 참여정부의 의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총칼로 집권한 쿠데타 세력이나 혁명정부가 아니다. 국민의 반이 반대했던 그런 권력이다. 그리고 5년이라는 한시적인 권력이다. 사정이 그러한데 총칼을 들이대도 될까말까 하는 ‘사회구조 뒤집기와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변질된다면 성공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는 오른쪽으로 가게 하면서 정치ㆍ사회는 왼쪽을 방향을 트는 모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감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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