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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 금융산업에 조종이 울리고 있다


한국에서 '금융 산업'은 무엇인가. 아니 '금융'이라는 업태의 존재는 있는가.

기자는 요즘 진심으로 대한민국 금융 산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 내놓은 답은 외환 위기 당시 이상으로 지금의 금융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비약이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 금융에 조종(弔鐘)이 울릴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품는다.

사실 한국 금융은 지난 1970~198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제조업과의 유착을 통해 커왔다. 그 연결 고리를 한 존재가 관료들이었다. 정상적인 시스템 대신에 소수 관료들의 입김에 의해 돈줄이 만들어졌고 은행장은 관료의 '심부름꾼'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물며 돈을 만들어내는 한국은행까지 재무부의 일개 사무관 통제에 놓였다. 그래도 차라리 그때는 '규율'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금도'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한마디로 나사 풀린 병졸로 가득 찬 이합집산의 모습 그대로다.

금융 산업은 관료를 넘어 정치인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정치색에 물든 대통령의 측근, 그들의 뒷배로 큰 인물들로 금융 산업의 상층부가 오염된 지 오래다. 금융감독원장이 선배라는 이유로 공식 선상에서 금융지주 회장에게 90도로 인사하고 금융위원장은 인사권 하나 행사하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다.

정치금융 폐해, 신뢰 상실로 이어져

무너진 인사 시스템은 급기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재연임하는 촌극을 불러왔고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사실상 내정됐다가 없던 일이 되는, 있을 수 없는 해프닝이 줄을 잇고 있다. 하물며 예전 상관이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어 인사가 뒤바뀌었다는 소식까지 접하고 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금융의 정치화는 급기야 철저한 시장 원리에 의해 이뤄져야 할 은행 매각에까지 침투하고 말았다. 멀쩡하게 진행되던 우리 금융 매각의 판도가 유력 대권 주자의 말 한마디로 확 바뀌고 금융 수장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그 사이 인수ㆍ피인수 회사에 몸담은 수만 직원과 수십만 주주의 속은 타 들어갔다. 우리 금융 조직이 이만한 것이 정말 대단하다.

정치금융의 폐해는 급기야 금융 산업 전반의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담합 조사에 나섰지만 실상 더 중요한 것은 담합 자체가 아니다.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담합이 없을 것"이라는 금융위원장이 뭇매를 맞는 현실 자체가 금융 산업의 초라함을 대변한다. 언론은 연일 금융회사를 범죄 집단으로 몰고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은 곳곳에 '약탈 금융'의 오염물이 깔린 것처럼 구석구석 냄새 맡기에 바쁘다. 소매금융 1인자라는 국민은행이 대출서류 조작이라는 파렴치 집단으로 추락하고, '따뜻한 금융'을 모토로 내세운 신한은행은 학력 차별이라는 추잡한 몰골을 드러내고 말았다.

금융 당국 수장 역할 제자리 찾아야

우리 금융회사들이 그토록 더러운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금융감독당국은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의 수장은 도리어 '최정예 부대'를 운운하면서 뒤늦게 회초리를 대겠다고 법석이다.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의 수장은 한술 더 뜬다. 뒤죽박죽 통화정책도 모자라 직원감찰과 인사의 후폭풍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가 이런 상황을 알면 최고의 소재라면서 박장대소할 것이다.

이래서는 정말 곤란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역대 재무 관료 가운데 최고 능력을 지닌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통제하는 금융 산업 아닌가. 수십년 자신이 일궈온 대한민국 금융 산업의 논과 밭이 이렇게 망가지도록 놔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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