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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2014] “우리는 미국과 동등해” 브라질의 확연한 대국 의식
브라질에 처음 와서 들은 얘기 중의 하나가 “브라질은 미국도 아니면서 미국처럼 대접받으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브라질 사람들의 대국 의식이 그만큼 대단합니다. 미국에서 외국인들의 입국 검사를 강화했을 때 브라질도 미국인들에게만 똑같이 검사 정책을 세게 바꿀 정도였다는 게 이곳 주재원들의 말입니다.
17일(현지시간) 쿠이아바에서 있었던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브라질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도 이와 같았습니다. 러시아팬들이 경기장에서 러시아 응원을 너무 많이 하자 되레 브라질 사람들이 브라질 응원가를 부르고 “브라질리아”를 외치기 시작했던 것이죠. 그만큼 자존심이 강합니다.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간판 수비수인 다비드 루이스의 말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다비드 루이스는 월드컵 개막 직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양 언론들이 브라질에서의 월드컵 반대 시위와 치안을 문제 삼는 데 대해 “나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브라질을 불안한 국가로 규정하는 게 불만이다”라며 “브라질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위대한 국가”라고 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월드컵에 대해서도 “우리가 개최한 축제에 외국 사람들은 즐기다 가라”는 자세라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말이기도 한데요.
특히 브라질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꼭 중국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가 크고 자원이 많은 데서 오는 여유로움이 묻어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의 ‘만만디’가 브라질에도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장이 경기 바로 며칠 전에도 완공되지 않아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브라질의 대국 의식을 분명히 볼 수 있는 게 바로 포르투갈어입니다. 브라질에서는 포어를 못 하면 제대로 생활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영어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호텔이나 공항 정도에서만 가능할까 다른 곳에서는 전혀 불통입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도 드뭅니다. 대국에 왔으니 대국말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평가하는 브라질의 위상과 국력은 이곳 사람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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