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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물길이 열리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공사 초기부터 몇 차례 가격상승을 거친 뒤인 데다 전반적 경기회복 속도가 더뎌 상가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탓이 크다. 하지만 발 빠른 업체들은 일찌감치 청계천 복원에 따른 최대 수혜지역을 선점했으며, 추석 이후부터는 임대 문의도 조금씩 늘고 있다. ◇추석 이후 임대 문의 늘어=이 지역 상권을 선점하기 위한 외식업체 간의 경쟁은 이미 올 초부터 시작됐다. 청계일레븐빌딩(옛 갑을빌딩) 2층에 광화문점을 오픈한 베니건스는 2층 240평 규모를 전세 20억원에 월세로 매월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인 이 곳은 주중에는 회사원, 주말에는 가족단위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계천변 일대 빌딩은 이미 지난 해부터 올 초까지 20~30% 정도 임대료가 올랐지만 최근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없어 비싼 임대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지역 임대료는 현재 건물의 상태와 청계천 조망에 따라 평당 650만~700만원에서 최고 800만~1,000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최근 청계천 복원을 앞두고 임대 문의는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철동 ‘피아노 거리’도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을 대비해 최근 임대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고 있다. 관철동 세진부동산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고 나서 문의자들이 꾸준하다”며 “30평 기준으로 보증금을 제외한 월 임대료가 70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에 공실률은 줄지 않고 있다. 무교동 한일부동산의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임대료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사무실을 떠난 업체들이 많아 주변 건물의 공실률이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움직임도 본격화=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청계천변을 따라 재개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천 일대는 도심의 금융ㆍ오피스타운, 세운상가 일대 ITㆍ전자쇼핑타운, 동대문 패션타운 등 3개 구역을 중심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가 직접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 개발을 위한 청사진이기 때문에 각 사업의 추진속도가 빠르진 않을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사업은 종로구청이 사업시행자를 맡은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종로구 예지동 일대 1만2,000여 평을 재개발 하는 세운상가 4구역은 당초 토지개발신탁방식을 적용하려다 사업방식을 전환하면서 사업일정이 다소 늦어졌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지난 26일 주민설명회를 갖고 오는 11월20일까지 시공ㆍ신탁사를 선정하기로 했다”며 “내년 상반기 사업시행고시를 한 뒤 하반기에는 관리처분계획을 받아 착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설명회에는 건설업체 7~8곳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청계천 일대 공구상가를 비롯해 일대 상가를 송파구 문정동 유통타운에 오는 이전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과 협의 단계“라며 “아직 이주를 계획한 상인이 10%에 지나지 않지만 2008년까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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