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력생산량 가운데 66%가 석유ㆍ석탄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생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67ㆍ사진)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정부 초청과 자신의 저서 '3차 산업혁명' 한국어판 출간을 겸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리프킨은 "현정부의 녹색성장 논의 자체는 고무적"이라면서도 "독일은 이미 100만개의 건물을 각각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규모(미니) 발전소로 변경했는데 서울의 건물을 둘러보면 아직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패널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풍부한 풍력과 지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반도국가로서의 이점과 조선ㆍ건설ㆍ정보기술(IT)ㆍ전기ㆍ전자 등에서의 세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다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프킨은 또 "한국은 녹색에너지를 통해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싶어하는데 그 기술을 국내에서 성공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내에는 아직 2차 산업혁명의 잔재가 남아 있는데 3차 산업혁명을 수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리프킨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자력발전소 확대 보급과 수출전략화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원자력 시대는 이미 1980년대 체르노빌 사태 때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400개의 원전이 전체 전력의 6%를 공급하고 있다. 원자력에너지가 청정에너지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전체 전력의 20%는 공급해야 하는데 원전 1,600개를 더 만들어야 가능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더라도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에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ㆍ2차 산업혁명의 수명이 다했으며 재생에너지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리프킨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터프츠대 플레처법과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1977년 메릴랜드주에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엔트로피(1980)' '노동의 종말(1995)' '바이오테크 시대(1998)' '소유의 종말(2000)' '수소경제(2002)' '유러피언 드림(2004)' '공감의 시대(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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