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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아덴만의 영웅과 피랍 500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제미니호 선원 4명이 500일째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주간지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통해 보도됐다.

"선원의 생사가 불분명한 지경이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석해균 선장의 인터뷰 기사도 함께 실었다. 석 선장은 문제의 '제미니호 피랍 사건' 세 달여 전에 '아덴만의 여명'작전으로 구출돼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280일 만에 건강을 회복한 '아덴만의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석 선장은 모르겠지만 필자는 석 선장에게 특별한 인연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월21일 청해부대 작전 성공직후, 석 선장의 부상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상 정도로 보도됐다. 당시 구출작전 성공에 흥분한 정부와 언론은 당시 부상자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멀어져 있었다. 부상자 치료를 위한 의료진을 5일이 지나서야 파견해 사건 6일 뒤에서야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됐다.

1월28일 오전,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던 필자에게 석 선장이 24시간 이내에 국내의 집중 치료를 받지 못하면 가망이 없는 상태지만 이송의 움직임이 없어 현지파견 의료진들이 초조해 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필자는 이날 아침 당 최고회의에서 "경상으로 알려진 석 선장이 당초 보도와 달리 생명을 잃게 된다면 홍보에만 열중해 석 선장의 병세 축소와 부상자 치료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석 선장 생명 구하기에 정부가 우선 나서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다행히 그날 오후부터 석 선장의 이송준비가 시작됐고 다음날 국내에 도착,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아덴만의 영웅'으로 퇴원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불과 3개월 뒤에 피랍된 한국인 네 사람의 생명이 사실상 잊혀진 채로 500일째라니 놀라울 일이고 피랍 500일을 보내고 있는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은 헤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어렵게 구출한 부상자조차도 홍보에 열중하느라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뻔한 안일함이 피랍 500일째가 되도록 생사조차 모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몸값 등 협상의 문제 때문에 보도자제요청(EMBAGO)과 비공개 비밀 접촉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원의 생사조차 확인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됐다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대대적 홍보를 했던 아덴만의 부상자조차 어느 정도 소홀히 대처했는지를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더욱 그렇다.

최장기 피랍기록을 세우고 있는 제미니호 선원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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