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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라산, 초록빛 바다, 감귤 정도다. 이어 삼다(三多 돌∙바람∙여자)도, 삼무(三無 도둑∙거지∙대문)도가 떠오른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바다에서 솟아난 커다란 수상 화산섬이라는 점이다. 유네스코가 한국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종묘 등 9건이나 등재했지만 세계자연유산으로는 유일하게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만 인정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심의위원들이 앞으로 수상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더 이상 등재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화산섬 제주는 완벽했다.
제주도를 '화산섬'이라는 테마로 둘러보고 화산에서 비롯된 돌(현무암), 그리고 그 위에 얽힌 탐라의 돌 문화 살펴본다면 진짜 제주의 속살을 볼 수 있다. 화산섬의 신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거문오름 ▦돌문화공원 ▦금릉석물원을 다녀왔다.
◇명물로 떠오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제주도의 생성과 화산활동 역사, 동식물 등 자연환경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박물관으로 지난 9월 초 오픈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받은 것을 기념하고 그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제주시 조천읍의 거문오름 인근 4만여㎡(1만2,000평)에 300억원가량 들여 2010년 8월 착공한 뒤 2년여 만에 완공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성산일출봉과 더불어 세계자연유산으로 구체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상설전시실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화산섬 제주도와 한라산의 탄생 과정, 한라산과 용암동굴의 지질 구조 및 지형,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등을 입체적으로 실제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 4차원(4D) 입체영상관실에서는 제주도의 탄생 설화와 모험 이야기가 어우러진 4D 영상을 통해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의 특징이 섞인 희귀한 용천동굴, 한라산 영실계곡, '천년의 숲'으로 불리는 비자림 등의 명소를 입체로 감상할 수 있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꾸몄다. 입장료 어른 3,000원이다.
◇신화와 현무암을 버무린 돌문화공원=1999년 민관 합작으로 제주시(당시 북제주군)와 탐라목석원이 협약을 체결, 326만㎡(100만평)의 초대형 부지에 제주 특유의 돌 문화를 집대성해 조성한 공원이다. 2006년 1차로 문을 열었지만 오는 2020년까지 개발 계획이 계속된다. 크게 제주돌박물관∙돌문화전시관∙야외전시장∙제주전통초가공간으로 구성된다. 1~3코스 모두 둘러보려면 최소한 3시간, 많게는 며칠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없으면 1코스만 보기도 한다.
제주돌박물관은 3,000평 규모에 깊이 8미터로 패여 있던 구릉지를 이용해 지하 2층에 박물관을 만들고 평지의 옥상에는 야외무대를 설치, 건축물이 지상으로 돌출되는 것을 막아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뤘다. 10여년간 사용됐던 생활쓰레기 매립장이 탈바꿈했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8동의 초가로 구성된 돌문화전시관에서는 역사 속의 제주 돌 문화와 일상 속에 돌을 이용해 살아온 제주인들의 지혜로운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앞으로 돌∙나무∙덩굴이 어우러진 곶자왈 지대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고 청소년자연학습장∙가족휴양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다.
◇해학이 묻어나는 돌 조각품 수놓은 금릉석물원=현무암 돌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제주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새겨 놓은 석물 조각품 공원이다. 58년간 화산 돌로 돌하르방과 돌 조각품을 만들어온 명장 장공익(82)옹이 수많은 자신의 작품을 3만3,000㎡(1만평)의 야외 공원에 전시해 놓았다. 작품마다 풍자와 익살∙해학이 가득하고 투박하지만 친근감이 넘쳐나 정겨운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돈 생각하면 작업을 못해. 딴 것 하지 않고 돌에 매달린 것은 나 스스로도 수수께끼야. 작업하러 돌 앞에 앉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장옹은 매일 끌과 망치 톱으로 현무암을 조각해 1년에 80여점을 만든다. 제주도 돌하르방 제작의 살아 있는 역사다. 작은 조각품은 하루 만에 만들지만 큰 것은 6개월, 1년씩 걸린다. 그가 최근에 만든 작품은 '제주의 혼'이다. 제주가 갖고 있는 하늘, 땅, 해, 달, 별, 은하수, 설문대할망, 오백장군, 동자북, 거욱대, 삼신할망, 백록, 한라산, 해룡승천, 4.3원혼을 상징하는 해골, 삼성신, 말 등 수집 가지를 한 덩어리에 모아놓았다. 장옹의 막내 아들인 장운봉씨도 가업을 이어 함께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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