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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실망스런 부시의 연설
입력2005-06-30 17:12:01
수정
2005.06.30 17:12:01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6월30일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화요일 밤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 전쟁은 결국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분명한 것은 상황이 어렵다는 사실뿐이다. 이라크 내 치안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미군의 도움 없는 이라크 자치 군대를 상상하기도 힘들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으며 군사작전을 수행한 것은 실수였다는 점을 인정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그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또다시 9ㆍ11테러를 이와 연관시키지는 않기를 바랐다. 우리는 또 그가 매번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하기보다는 보다 구체적으로 그러한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그는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이라크는 미국이 희생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라크 전쟁이 계획되고 실행돼온 과정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미군이 지금 철수한다면 이라크는 아마 시민전쟁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계속 지금까지의 과정만을 되풀이한다면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군대가 스스로 설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이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자유의 진보를 멈출 수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결국에 가서 이라크 국민 모두에게 적이 되는 상황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일이 과연 일어날지, 일어난다면 언제 일어날지, 그리고 미군의 존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만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이라크에서 재앙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시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솔직한 토론을 위해서라면 행정부의 오만과 무능에 대한 분노를 잠시만이라도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3년 반의 임기가 남아 있는 대통령이 자기 합리화에 계속 빠져 있고 9ㆍ11테러에 대한 기억으로 이라크 전쟁을 색칠하려 해서는 안된다. 미국인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여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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