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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9월 11일] 잘못된 신호가 빚은 채권시장 혼란

기준금리가 동결된 후 채권금리 폭락 등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 금리동결 첫날 5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0.20%포인트나 하락해 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음날 다소 회복했으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따른 후유증이다. 그동안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하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왔고 시장은 그에 부응하는 방향에서 움직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이 빗나가자 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놓고 '한은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7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한 시장으로서는 허를 찔린 분위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얘기하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고 자금사정이 몰리는 추석에는 금리인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추석은 고려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 같은 언급을 금리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인 것이다. 기업들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채권발행을 앞당겼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금리인상 이후 예상되는 자금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등 대책을 강구해왔다. 이런 와중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다 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금리를 비롯한 정책결정은 유연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대내외 경제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는 미래 예측이 그만큼 어렵고 그때그때 최선의 정책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한은의 금리동결 조치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정책기조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흔들려 예측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문제다. 불과 보름 전 까지만 해도 물가불안을 우려하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다 갑자기 입장을 바꾸게 되면 경제주체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금리정책의 경우 시장의 신뢰가 중요하다. 금리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과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시장에 정책 시그널을 보낼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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