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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퍼주기는 없다

박명광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지난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대기근은 아주 유명하다. 국민의 절반이 감자를 재배해 먹고살던 아일랜드에 1830년대부터 감자병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84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대기근으로 인해 무려 100만여명이 굶주려 죽고 300만명이 이민을 떠나야 했다. 인근 영국은 충분히 도울 능력이 있었지만 외면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지금도 그 배고팠던 시절 영국인의 외면으로 인한 한을 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조금 나아졌지만 북한 동포도 오래전부터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식량과 비료를 지원해왔다. 그런데 이를 놓고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경험을 안다면 그런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 배고픔에 대한 기억은 오래오래 남는 법이다. 흔히 인도주의적 도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주는 사람의 처지에서 쓰는 말이다.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도움을 받은 것을 잊을 리 없다. 로버트 차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심리는 ‘상호성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헌금을 받으려는 종교인들이 먼저 다른 사람에게 꽃을 건네면 그것을 받은 사람은 뭔가 보답을 해야 마음의 빚을 떨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그런 보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빚을 졌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언젠가 남북한은 통일이 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변화 없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통일될 때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서독은 통일 전에 동독에 마구 ‘퍼주기’를 했는데도 막상 통일이 되자 엄청난 통일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것이 통일독일의 경제를 10년 넘게 후퇴시켰다. 현재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통일을 오히려 경제적 재앙으로 만들 정도다. 훗날 통일비용을 줄이려면 북한의 경제를 재건할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은 어떻게 보면 통일에 대비한 가장 효율성 높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우리의 북한에 대한 지원은 ‘퍼주기’가 아닌‘떠주기’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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