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의 사퇴와 관련해 "(하나금융이) 제2의 신한 사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외환은행 인수의 딜이 끝나는 날 거취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며 "40년 이상 금융인으로서의 삶을 명예롭게 끝내고 싶은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회장이 외환은행 최종 인수승인 여부와 관계 없이 오는 3월 말 주주총회 이전에 거취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정리를 하겠다는 뜻을 처음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회장은 12일 밤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김 사장의 전격사퇴 이후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우선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이 같은 상황이 생긴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내고 김 사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김 사장에 대해 "30년 이상 평생 같이 해온 사람"이라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김 사장과의 갈등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사장의 전격적인 사의표명 이후 론스타와의 협상과정에서 김 회장과 김 사장이 갈등을 빚어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김 회장의 후계자리를 놓고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외환은행의 원활한 인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김 사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봐주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일부에서 얘기하듯이 음모를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가 대의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사장이 사퇴 이후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겼다.
김 회장은 "지금으로서는 김 사장이 하나금융의 미래를 위해 물러난 만큼 본인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컴백은 좀 더 생각해볼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30년 넘게 하나금융을 위해 일해온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냥 내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김 회장이 물러난 후 김 사장이 그의 후임자나 다른 역할로 하나금융에 복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사장의 전격적인 사퇴 배경과 관련해 청와대나 금융당국과 모종의 '딜'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딜은 절대 없다"며 "다만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신경 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 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을 내리기 전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김 사장이 용퇴를 결정했음을 에둘러 인정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사의표명 이후 기자들과의 접촉을 단절해왔다. 12일에도 하루 종일 기자와 만나지 않은 채 칩거했다. 그만큼 생각할 것이 많았다는 얘기다.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김 회장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고 여러 차례 갈라진 소리를 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김 사장의 사퇴가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전체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경계했다.
그는 특히 '제2의 신한금융지주 사태'가 될 가능성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 회장은 "제2의 신한 사태가 될 것을 전혀 걱정하지 말라"며 수 차례에 걸쳐 부인한 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신한과 같은 지배구조의 균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을 예로 들면서 "막판에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나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을 테니)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머지않아 거취를 밝힐 날이 있을 것임을 얘기했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의 딜이 끝나는 대로 공개적으로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말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된 후 어떤 형식으로든 자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임을 공언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그룹 내에서는 1년 더 연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다만 "지금은 외환은행 인수 등 그룹 내에 많은 현안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고 코멘트를 하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어떤 순간에도 자리에 욕심을 내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김 사장의 사퇴표명 배경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김 사장의 사퇴 배경에 금융당국이나 청와대 등과 하나금융이 딜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딜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청와대와의 딜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두 차례에 걸쳐 얘기했다.)
그는 다만 "금융당국 입장에서 외환은행 인수 승인 전에 여러 가지 신경을 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결정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나금융은 이미 론스타와의 협상과정에서 갖는 가격인하분 중 상당한 금액을 사회공헌에 쓸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로 비춰볼 때 김 사장의 이번 사퇴표명도 금융당국이 인수승인 전에 나름대로 최선을 하고 있음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승인 결정이 자칫 하나금융에 대한 특혜론과 론스타의 먹튀를 방조한다는 비난을 받는 것을 금융당국이 우려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금융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덜어주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끝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짧으면서도 중요한 말을 했다.
그는 "40년이 넘는 매우 긴 세월을 금융인으로서만 살아왔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명예롭게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금융이 제대로 된 길을 걷는 것을 보고 싶고 외환은행 인수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인으로서 제대로 된 삶을 살고 후배들로부터 존경 받는 금융인으로 남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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