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8일 동공 원인조사·특별관리 대책 기자회견을 갖고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공사 품질관리 실패가 동공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단은 또 이번 동공은 제2롯데월드나 석촌호수와는 지하수 수위·흐름상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919공구는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연약지반)으로 시공사가 터널 굴착 당시 동공 발생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음에도 실제 공사에서 품질관리에 실패한 것"이라며 "시공사는 실드 터널 공법에서 중요한 토사 배출량 관리와 지반 보강에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시공사 삼성물산 측이 원통형 기계인 실드 TBM(Tunnel Boring Machine)을 움직이며 흙과 바위를 파내는 과정에서 덤프트럭 600∼700여대에 해당하는 3,842㎥ 정도의 토사를 과다 굴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애초에 예측한 굴착량(2만3,842㎥) 보다 14% 이상 많이 퍼냈지만 이와 관련한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실드 기계가 앞에 흙과 바위를 파내는 역할을 하는 헤드커터가 과다 사용으로 문제를 일으켜 124일 동안 공사를 중단한 채 멈춰 있었었다는 것도 새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측은 커터 교체시 지반보강 자문회의를 거쳐 수평 지반보강 장비를 일본에서 제작·투입하는 데 넉 달여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헤드커터 문제로 기계가 멈춰 섰을 때 이미 흙과 바위가 과다 굴착됐었다는 점을 인지했어야 했다"며 "당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동공 발생에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형 삼성물산 건설 부문 부사장은 "서울시의 발표 내용을 존중하고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공사에서 감독 책임을 지는 감리사는 물론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 시는 동공 등 해마다 늘고 있는 도로함몰 현상을 관리하기 위해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로의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2021년까지 5,000㎞(연평균 680㎞)의 낡은 하수관을 점검하기 위해 내년도 하수관로 보수예산을 올해보다 1,017억원 많은 2,2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예산 증액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외에도 내년부터는 대형 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배치하고 하루 지하수 배출량이 100톤 이상인 시설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반탐사장비(GPR) 2대를 도입하고 함몰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파악할 수 있는 도로함몰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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