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감사는 영훈국제중 입시비리를 계기로 교육부가 긴급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국제중처럼 학생선발권을 가진 고교의 전형에서도 유사한 비리가 없었는지를 가려내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일선 교육청 감사 결과를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징계수위가 너무 낮다. 가장 높아도 구속력이 없는 경고일 뿐이다. 감사 결과도 항간에 일고 있는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행정착오를 넘어 입시비리 또는 부정의 소지가 있음직한 사례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지원자 신상정보가 노출된 상태에서 면접을 했다거나 전ㆍ편입생의 거주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합격생이 뒤바뀌었을 공산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일선 교육청은 이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하지 않고 위반사실만 확인하는 선에 머물렀다. 더 이상 파헤치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은근슬쩍 덮고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면죄부를 주기 위한 감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외고와 자사고처럼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일수록 입시와 관련해 한 점의 비리와 부정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교육당국은 영훈중 입시비리가 국제중 존폐 논란으로 비화할 정도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것을 상기해야만 한다. 면죄부나 주는 감사를 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5년 단위의 학교 운영성과 평가만으로는 입시부정 소지를 차단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번처럼 입시전형만 별도로 하는 정례 관리감독 시스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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