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강남불패' 신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물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오른다던 이들 지역의 집값이 최근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非)강남권 아파트로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탓이다. 강남 집값의 하향세는 해당 지역 아파트의 매매가를 모두 더한 '시가총액' 추이에서 두드러진다. 1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305조9,625억원으로 서울 전체 시가총액(682조8,240억원)의 44.8%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버블세븐'이 처음 지정됐던 지난 2006년 5월 당시 강남4구의 시가총액 비중이 51.7%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5년 동안 비강남권 아파트 값이 강남권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기간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 가격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2006년 3월 최고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152㎡는 3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14억7,5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5㎡는 13억5,000만원 선이던 매매가가 13억원까지 내렸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 역시 9억8,000만원이던 거래 가격이 8억9,000만원으로 1억원가량 하락했다. 그나마 집값이 오른 단지도 미미한 수준에 그친 곳이 많아 서초구 서초동 서초한신 전용 85㎡는 6억5,000만원이던 매매가가 6억6,000만원으로 1,000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 수준의 오름세도 보이지 못한 셈이다. 도곡동 H공인 관계자는 "2006년 당시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투자에 나섰다 결국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손절매에 나선 사례가 많다"며 "그 사이 전셋값은 많이 올랐지만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와 달리 강북권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06년 전체 시가총액이 23조8,732억원이었던 노원구는 현재 41조7,420억원으로 17조8,688억원이 올라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으며 ▦성북구(9조7,021억원) ▦강서구(9조1,200억원) ▦마포구(8조1,377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1번지의 한 관계자는 "강남지역의 경우 최근 2~3년간 반포자이ㆍ잠실엘스ㆍ파크리오 등 5,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 입주가 이어지며 시가총액이 폭락하는 것을 막았다"며 "이들 새 아파트를 제외하면 집값 상승을 경험한 단지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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