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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남 사람]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영세사업장 보험료 지원 늘려 고용보험 사각지대 줄일 것

재해조사 직원 전문성 강화·산재판정 공정성 높이고

재활치료에 보험수가 적용해 산재병원 서비스질 개선

절차 간소화 등 통해 중소업체 퇴직연금 가입 유도도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하는 '당근'을 이용하고 가입을 거부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행정제재 같은 '채찍'을 함께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갑(56·사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의 중요성부터 언급했다. 공단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고용보험은 일자리를 잃었을 때 다른 직업을 찾기까지 일정 기간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보험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영세사업장의 가입률이 저조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 임금 135만원 미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절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 3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 수는 고작 1만8,994명에 불과하다. 이 이사장은 "근로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 위험에 대한 비용을 내기 싫어하고 사업주는 인건비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 가입률이 낮다"고 진단하며 "자영업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고용보험과 두루누리 지원제도를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고용노동부와 자영업자 고용보험 제도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산재보험도 이 이사장이 깊은 관심을 쏟는 분야다.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지난 1964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으로 등장해 올해로 50년째를 맞은 산재보험은 처음에는 500인 이상 대규모 광업·제조업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점차 범위가 넓어져 2000년부터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산재보험은 출범 당시 국가가 직접 운용했지만 1995년 근로복지공단이 생겨나면서부터 산재보험 제도 등에 관한 정책은 정부가 맡고 보험급여 지급과 심사 업무, 가입자 관리, 보험료 징수, 산재병원 업무는 공단이 담당하고 있다.

공단은 산재보험 탄생 50주년을 맞아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산재보험 업무를 집행하겠다는 뜻으로 '일하는 사람이 믿고 의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 서비스 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었다. 근로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에 사회보험 서비스 모델을 전수함으로써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공단은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경제활동인구 수 대비 산재보험 적용 비율은 59.91%로 도입 첫해의 0.98%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자가 늘었지만 여전히 다섯명 가운데 두명꼴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근로자를 한명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공백이 상당 부분 없어진 셈"이라며 "다만 2,000만원 이하 건설공사와 특수형태 업무종사자가 산재보험 제도에서 빠져 있는데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산재보험 가입 대상은 계속 확대됐지만 여전히 실제 가입률이 저조한 점은 공단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 기사 등 6개 직종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4월 기준 이들의 가입률은 9.83%에 불과하다. 가입 대상 본인이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적용 제외 신청자는 1년간 재가입이 제한되는데 제한 기간이 끝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적용 제외 신청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정 기간 휴업을 하는 등 특정 사유에 한해서만 적용 제외 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공단은 이 법안 통과를 위한 지원 업무에 힘쓰고 있다.

근로자가 다치거나 숨졌을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재 판정을 받지 못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때로는 소송을 통해 산재 판정을 받아내는 사례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공단의 산재 승인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방안으로 이 이사장은 '전문성 강화'를 내세웠다. 그는 "업무상 질병 등에 대한 조사 역량을 강화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가 심의할 때 쓰는 기초자료를 정확하게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며 "산업재해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여 산재보험 판정에 대한 불만을 줄여간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더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사내 자격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의 전문성 끌어올리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 2010년 11월부터 노사정이 참여한 제도 개선 전담조직을 꾸려 업무상 질병 판정 절차를 개선했고 지난해 7월에는 직업성 암 인정 기준을 확대하고 만성 과로 기준을 정립하는 등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대폭 넓혔다.

산재 판정 기준이 완화되면 꼭 따라오는 문제가 부정수급이다. 공단은 정당하게 산재보험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내부에 보험조사부를 두고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다른 기관과 협조해 각종 기록을 대조해보는 등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09년 부정수급 조사 전담조직을 운영한 첫해 57건을 적발했으며 2010년 94건, 2011년 175건, 2012년 200건, 2013년 907건으로 매년 성과를 높여가고 있다.

공단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사업도 벌이고 있다. 3월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 25만9,986곳 가운데 2만9,125곳이 공단을 통해 가입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전체 53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4위에 올라 있다. 최저 수수료를 유지하고 가입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직접 사업장에 찾아가 가입 업무를 돕는 맞춤형 서비스가 주효했다고 공단은 분석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금융기관들이 주로 큰 기업체만 상대하다 보니 영세사업장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소외돼 있었다"며 "공단이 나서 영세사업장 사업자에게 상품에 대한 설명부터 운용 결과 안내, 행정지원활동을 펼쳐 30인 이하 사업장 대부분은 공단을 통해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 합리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단은 전국 10곳에서 운영 중인 산재병원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비용절감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작업을 통해 적자액이 2012년 276억원에서 지난해 22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이사장은 "비용 효율화에 이어 이제는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해 당장 치료가 급한 급성기 진료 기능을 강화하고 최고의 재활전문의료기관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호흡재활 프로그램과 근골격계 맞춤운동같이 연구개발이 끝난 재활치료에 대해 보험수가를 만들어 산재보험급여를 받음으로써 병원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수준 높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아태 지역 개발도상국 사회보장공무원을 초청해 연수사업을 펼쳐 지난해까지 모두 18개국 127명이 수료했다. 이를 계기로 2008년 캄보디아가 산재보험을 도입했고 스리랑카도 2013년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를 갖출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아시아에서 개발도상국이 배울 만한 모델은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인데 일본은 발전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례를 더 배우고 싶어한다"며 "사회 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아시아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산재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심리치료와 상담, 외국인 산재 환자를 위한 통역지원 확대 등도 공단이 이뤄낸 성과로 손꼽힌다.

공단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심리검사 도구 '다차원심리검사'를 이용해 산재근로자의 분노와 우울, 사회적 지지 등의 임상심리상태를 우선 확인한 뒤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상담기관을 통해 집중상담을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불안상태가 낮은 경우 공단 직원이 직접 상담을 하고 있다. 공단은 또 지난해 6월부터 외국인력상담센터와 협력해 외국인 환자와 직원, 통역자 3자 간 통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단은 또 임금이 체불된 채로 퇴직한 근로자를 돕기 위해 사업주에게 체불임금을 빌려주는 '체불청산지원 사업주융자제도'를 2012년 도입했다. 이달 현재 모두 10억3,400만원이 융자돼 목표의 34.5%만 채워 이용도가 높지는 않다. 가장 큰 원인은 중소기업 사업주의 경영여건이 좋지 않고 퇴직자의 체불임금 청산까지 신경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단은 최근 이 제도의 이용 대상을 늘린 만큼 앞으로는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He is…

△1958년 서울 △1976년 서울 인창고 졸업 △1981년 고려대 행정학과 △1984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1993년 미시간주립대 노사관계 석사 △1982년 행정고시 26회 △2007~2012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 노동시장정책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2012~2013년 고용노동부 차관 △2013년 10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온라인 공간서 직원과 생각 공유… 소통 중시하는 덕장

■ 李이사장은

고용노동부(옛 노동부) 노사정책실장과 고용정책실장 등 핵심 보직을 거친 뒤 차관까지 지낸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탁월한 업무능력 못지않게 직원들과 소통을 잘하기로도 유명하다.

반년간의 공백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공단 이사장이 된 다음에도 이 이사장 특유의 '소통의 리더십'은 공단 본부의 울산 이전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힘이 됐다는 평가다.

이 이사장은 취임 두 달이 된 지난해 12월 현장 직원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바로 듣기 위해 '소통과 공감'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개설했고 매월 한번씩 저녁시간에 1개 부서와 식사를 함께하며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이런 소통의 자세는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직원들로부터 결재보고를 받는 동안에는 꼭 함께 책상에 앉아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얘기한다. 중요한 사항을 검토하고 결정할 때 직원들과 생각을 최대한 공유하고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울산에서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울산광역시와 협의해 교통여건과 편의시설을 확충해온 것도 직원들과의 소통이 밑바탕이 됐다.

공단은 올해 울산시와 사회공헌협약을 체결하고 △청소년 진로직업체험 △노동법률 특강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통한 일손 돕기와 저소득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등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공단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동원해 울산시 발전에 이바지한다면 결국 이곳에서 사는 공단 직원들의 삶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 이사장의 철학이다.

이 이사장은 남다른 요리 솜씨로도 알려졌다. 해외 파견근무 시절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해야만 했지만 꼭 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시간이 날 때면 주방을 찾았다. 울산에 홀로 내려와 있는 요즘도 서울 출장이나 식사 약속이 없는 날에는 깜짝 요리사로 변신한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기본적인 요리는 물론이고 파스타나 샤부샤부도 종종 만든다.

요리 솜씨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질문에 이 이사장은 "같은 메뉴라도 매번 재료를 바꿔가며 새로운 맛을 내본다"며 "가족들의 반응이 좋았던 걸 보면 솜씨는 꽤 괜찮은 거 아니냐"고 웃음을 지었다.



대담=오철수 사회부장(부국장대우) csoh@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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